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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유 Jan 19. 2024

<소란글방>에게 바라다

따뜻한 안전기지이길..


요즘 '응답하라, 1988'을 다시 보고 있다. 4년 전쯤 처음 보고 바로 내 인생 드라마로 등극했던 그 드라마. 첫 번째 느꼈던 재미와 교훈과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골목공동체인 다섯 가정의 끈끈한 정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엔 그 골목이 내 고향처럼 느껴질 정도로.


저녁 반찬을 서로 나눠먹고 아이들은 한방에 모여 라면을 먹으며 영화를 함께 본다. 엄마들끼리는 맥주 한잔 하며 남편 흉도 보고 같이 장을 보러 가고

함께 뽀글이 파마를 한다. 힘든 일이 생길 때면 자매보다 더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어준다. 아줌마 파마를 한 세명의 여인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나에게도 저런 존재가 있었으면.'


부부 사이건, 자매끼리건, 서로 싸울 땐 소리소리 지르고 육탄전을 벌이지만 삭막하지 않다. 인간 본연의 날감정이 그대로 나타나지만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그 속에 '배려"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난 저런 따뜻한 연대감을 느껴 본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기억을 거슬러 더듬거려 봐도 찾아내기 힘들다. 그만큼 난 정에 굶주렸던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는 모임이 생겼다.

바로 <소란글방>이다.




효창주민센터 글쓰기 수업에서 우리들은 만났다.

글쓰기라는 공통관심사를 가졌기에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모임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모임을 한 지 6개월이 되어온다. 처음엔 웃고 떠들고 왁자지껄한 수다방 느낌이 컸지만 요즘은 제법 글쓰기 모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땐 나만 브런치작가였는데 지금은 모두 브런치작가가 되었다. 두 명은 전자책도 발행했다. 넷이서 브런치매거진 4인 4색도 만들어 같은 주제로 글을 올리고 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고 거기서 배운 내용을 글쓰기에 적용한다.

글에 대한 솔직한 합평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글의 퀄리티가 높아졌다는 걸 느낀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성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응팔에서 느꼈던 '정과 사랑'이다.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안전기지' 같은 느낌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간다.

시기, 질투받을 두려움 없이 마음껏 자랑질을 할 수 있는 존재들. 글로서 이어진 존재들이기에 내면을 더 깊이 만날 수 있는 듯하다.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바라던 글벗이기에 더 감사하고 소중하다.


이번 주에 다섯 번째 멤버가 영입되었다. 가장 어린 30대의 사랑스러운 막내가 생겼다. 글쓰기 초보이지만 우리 모임에 들어온 이상 글을 계속 쓰고 싶어 질 거다. 그녀의 합류로 더 좋은 에너지를 갖게 되리라 믿는다.




최근 읽고 있는 류시화작가님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 나오는 구절이다.

자신이 혼자이며 이 세계 속 고독한 존재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어떤 영역에서든 우리를 지원하는 소울 그룹이 존재한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며 믿음이다.

소울 그룹은 중요한 시기에 나의 삶에 들어온다. 정신적으로 성장할수록 그 연결이 더 많이 이루어진다. 표지판과 상징들로 은연중에 방향을 알려 주는 이들, 약한 날갯짓에 상승기류를 보내 주는 존재들이 어딘가의 길에서 나와의 연결을 기다리고 있다.


류시화작가님이 말하는 소울 그룹이 바로 <소란글방>이라고 느낀다. 모두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이어서 영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솔직히 40년 이상 된 동창들의 모임보다 이제 6개월도 안된 그녀들에게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매일매일 우리 채팅방은 쉼 없이 "카톡와쏭" 울려댄다.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각종 정보를 알려주고 쓴 글도 올린다. 그렇게 우리는 수시로 우리의 연결감을 확인한다.  


우리 모임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뼈를 묻는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삶은 우리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단지 우리의 인연이 다하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이어나갈 수 있기를..

재미와 교훈과 감동을 느끼는 소울 그룹이기를,

우리 모임에 오면 일주일 동안 힘들었던 마음이 놓이고 치유되는 경험을 할 수 있기를,

지금처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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