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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 퀸 Jan 24. 2024

소란글방

글쓰기 모임


용산구로 이사 오면서 팔 거 팔고 살 거 사느라 당근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당근의 세계를 알게 되면서 독서모임을 접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접하다가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고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다가 '소란글방'이란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소란글방'에서는 멤버들이 함께 선정한 책을 읽으며 그 책 내용을 글에 적용해 보고, 브레인스토밍으로 매 달 글 주제를 정해서 각자 써보고 합평퇴고과정을 거쳐 우리의 공동 매거진에 올린다.


스티브 잡스는 인생이란 점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나에게 소란글방은 일렬로 정렬된 기일~쭉 한 화살표 느낌이다.

용산구로 이사 ---> 당근 ---> 독서모임 ---> 주민센터 글쓰기 강좌 ---> 소란글방 --->?


우리가 뭉치게 된 계기는 주민센터에서 열린 '힐링 글쓰기'수업에서 가진 식사자리였다. 우연히 한 테이블에 같이 앉은 키 큰 여자들(최소가 164cm)이 너무나 잘 통해 밥만 먹을 순 없었다.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어찌나 얘기가 재미있던지 마치 여고생들처럼 까르르, 까르르 웃었다.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전혀 웃기지 않는 이야기인데도 우린 낙엽 구르듯이 떼굴떼굴 굴렀다.

감이 왔다.

우리는 계속 모여야 하는 운명이라는 것을 피부 속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어찌나 눈물 나게 웃었지 세 달치 엔도르핀은 나온 것 같았다. 어찌 다음 만남을 마다했겠는가. 의기투합한 우리는 모이기 시작했다.  


우린 차차 틀도 갖추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웃고 떠드는 것도 좋지만(사실 우린 모두 너무 행복해서 너무 흥분하고 너무 시끄럽다.) 지속적인 모임을 위해선 아웃풋(output)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주어진 미션은 브런치 작가되기.

두 명은 이미 브런치 작가였지만 나를 포함한 두 명은 아직 신청도 안 해본 상태였기에 같이 가려면 브런치작가가 되어야 했다. 난 두 명의 싸부님들 지도 덕분에 바로 브런치 스토리에 발을 담글 수 있게 되었다. 혼자 했으면 끙끙대다가 뒤로 미뤄뒀을 수도, 아니면 아예 시작조차 못했을 수도 있었다.


이제 모두 브런치 스토리에 쏙 들어와 있으니 다음 목표가 세워졌다. 우리는 지속적인 글쓰기와 성장을 위해 공동 매거진을 만들어 나가기로 하고 첫 글을 4인 4색으로 올렸다. 이제 두 번째 주제가 선정되었다. '소란글방'(우리 글쓰기 모임)에 대해 써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지금 읽고 읽는 권혁웅 시집 마징가 계보학을 흉내 내 보고자 한다. 난 도통 시를 이해하는 머리도 감각도 없지만 권혁웅 시인이 쓴 시는 소설 같은 시다. 산문체로 쓴 시. 응축하지 않고 풀어서 쓴 글을 시라고 명명할 수 있다면 시엔 젬뱅인 나도 우리 '소란글방'을 묘사해 볼 순 있을 것 같다.


우리 모임에서 한 번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이야기 보자고 했고, 이 동물들은 우리의 별명이 되었다. 고로 동물들을 사용해서 계보를 만들어 보겠다. 작가와 동물 연결은 다음과 같다. (소란글방 형성 역사순으로 기술)

* 오하늘 - 캥거루, 정민유 - 얼룩말, 하정 - 판다, 미니 퀸 - 독수리


 <소란글방 계보학>   

부지런한 캥거루는 hop, hop, hop 뛰었다. 여기저기 hop, hop, hop 뛰다가 효창 주민센터에도 도달했다. 큰 주머니를 활짝 열고 글쟁이가 되고 싶은 새끼들을 불렀다. 우리는 캥거루 품으로 hop, hop, hop 뛰어 들어갔다.

동물적인 촉을 가진 아름다운 얼룩말은 흰색 줄무늬가 맞는지 검은색 줄무늬가 맞는지 우리가 헷갈려할 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 안 맞는 사람을  귀신 같이 솎아냈다. 우리와 사이즈와 속도가 맞지 않는 닭은 야생에서 견디기 어려울 걸 알기에 우아하고 조용하게 거절미를 발휘했다.

귀여운 판다는 동글동글 매번 본인의 장기를 총동원해서 우리를 굴렸다. 우리는 떼굴떼굴 굴러서 동글동글하게 웃었다. 역시 둥근 것이 구를 때 가장 빠른 법. 판다는 둥글둥글 굴러서 이미 저만치 가 있었기에 우리는 그녀의 민첩성에 종종 놀라곤 했다.

유일한 J(MBTI) 독수리는 하늘 높이 날면서 다 보았다. 웃음 난장판 속에서 먹이를 놓치지 않고 쫓아갔고 혼돈스러운 대화 속을 큰 날개로 갈라치며 목표물에 정확하게 도착했다. 부리로 콕 찍어 온 글먹이를 모두 앞에 내려놓았다.


* 계보학: 가문, 족보, 가계도 등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가계의 유래, 변천, 분포, 관계 등을 밝히는 학문






이 시답잖은 시 같지 않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멤버들)에게 바친다.

내가 '소란글방'에 바라는 것은?

만날 때마다 서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고 함께 행복하기.


P.S. 사실 새로운 따끈따끈한 멤버가 저번 모임부터 함께 했다. 우리는 그녀를 사슴 같다고 했지만 그녀는 뿔 달린 사슴이 되고 싶다고 했다. 뿔사슴이 앞으로 우리의 계보학을 더 아름답게 이어나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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