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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의 매력이 뭐길래

by 정민유

1달 그리고 3주 전에 스레드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모든 SNS를 섭렵했던 내가 유독 스레드에는 선뜻 발을 디디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뭐 굳이 이유를 알 필요도 없지.

아무튼 그날 갑자기 스레드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스레드 문화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반말을 쓴다. 그것도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들 그렇게 하니 나도 해보았다.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을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여기선 뭔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오랜 시간 상담사로 살면서 쓰게 된 지적이고 차분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가면을 벗어던진 자유인의 느낌이랄까?


일단 자기소개글부터 올렸다.

"강릉의 노는 언니.

1년 전 강릉이 너무 좋아 아예 강릉에 살러온 뼛속까지 서울여자야.

10년 이상 사람의 내면을 탐험하는 일을 했어.

INFP, A형의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크리스천 사람이야."


그리고 이어서 첫 글도 올렸다.

"반가워.

강릉의 노는 언니야

강릉살이 1년 차인데 아마도 쭉 강릉에 살게 될 거 같아.

스레드는 처음이라 얼떨떨하지만 뭔가 자유롭고 편한 낙서장이자 놀이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돼.

1년 동안 강릉의 카페, 맛집 정말 열심히 돌아다녔어.

남편과 둘이 죽이 너무 잘 맞아(둘 다 INFP야)

하지만 돌아다니는 걸 너무 좋아해.

딤섬이라는 6살 된 스코티쉬폴드 냥이도 함께 살아. 앞으로 자주 만나자."


그러자 하트와 댓글이 쏟아졌다. 특히 강릉에 사는 스친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환대받는 느낌이 포근했고 그 후로는 소소한 일상들을 자주 올렸다.

그러면서 실제로 스친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사하는 업체, 입주청소하는 부부도 소개받았다.


스레드의 매력이 뭐냐면 블로그나 인스타는 잘 차려입고 형식을 갖추어서 만나는 느낌이라면

스레드는 꾸미지 않고 집에서 입는 옷차림으로 동네 마실 가듯 편하게 들르게 된다.

아무 말이나 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이니까 엄청 내적친밀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요즘 '스레드병'이 생겼다. 그게 뭐냐면 아침에 눈을 뜨면 스레드에 쓸 말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거다. 또 처음엔 내 놀이터처럼 즐겁게 쓰려고 했던 건데 나도 모르게 팔로워수와 좋아요에 신경 쓰고 있긴 하다.


어차피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건 불가능한 거니까...

그래도 스레드에서 새로운 인연들을 하나, 둘 만들어 가는 것도 꿀잼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이렇게 크리스천이 많았었나? 느낄 만큼 하나님을 진심으로 믿고 신앙생활 하시는 분과 연결이 많이 된다. 아마 알고리즘이 그렇게 만나게 해주고 있나 보다.

성경말씀, 매일의 묵상,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고민들, 실제적으로 믿음생활하며 느끼는 아픔과 상처들을 접한다.

신앙적으로도 깊이 있고 진솔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SNS의 단점도 많이 있지만 얻는 이득과 기쁨이 더 크니 스레드는 점점 더 발전하리라 예상된다.

(사진은 울 동네 산책길에 만난 시골 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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