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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글쓰기
원래 생일날은 우울하기 쉬운 날이나..
마지막에 감사함으로 바뀜
by
정민유
Mar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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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다.
50년도 훨씬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난 날!!
어떠한 준비나 대비도 없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
우리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아침에 눈을 뜨며 마음에서 슬픔이 차오름을 느꼈다.
50대 후반의 생일은 나이 들어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러면서 39살 생일날이 떠올랐다.
하루 종일 슬프고 우울했던 기억. 그땐 20~30대의 젊음이 사라진다는 슬픔이었던 것 같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밥도 안 먹고 전화도 안 받았었다.
오늘의 슬픔도 그날의 감정과 어느 정도 닮아있었다.
원래 오늘 저녁때 딸들과 만나
저녁을 먹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일주일 전에 오미크론이 걸려버렸다.
큰딸도 걸렸다고 하고.
오랜만에 만나게 된 거라 얼마나 기대되고
설레었는지
모른다.
마음 문을 닫고 있던 막내딸이 1월부터 서서히 마음을 열고 내 생일에 만나는 걸 허락해 주었기 때문이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아침에 딸들과 카톡을 하며 눈물이 나고 말았다.
안마의자에 앉아 콧물을 훌쩍이니 남편이 금방 알고 "울어?" 하며 달려온다.
울고 있는 내 모습을 평소처럼 동영상을 찍어 보내주는 그.
슬퍼하는 날 보며 남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남편 앞에서 딸들 때문에 슬퍼하는 건 그 사람 마음에 상처가 되겠지?
전혀 아니라고는 하지만..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라 어디 갈 수도 없고 집에서 영화 두 편을 봤다.
<블루 자스민>
:외도한 남편에게 충격을 받고 여동생네 얹혀살고 있는 이혼녀의 이야기
<천일의 스캔들>
:왕을 놓고 두 자매가 사랑을 쟁취하려고 경쟁하는 이야기
여자들은 왜 이렇게 사랑에 목숨을 거는 걸까?
영화를 보고 나니 더 우울해졌다.
요즘 남편과의 사이가 대면 대면해진 느낌이다.
권태기가 온 것 같다.
단지 아프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제주도 여행부터 열흘 넘게 24시간 붙어 있었으니..
서로 심드렁해진 게 이상하진 않다.
게다가 호르몬이 작용하는 사랑의 기간인 3년이 되어온다.
그
이후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한다.
그래도 상실감이 몰려온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화양연화..
사실 제일 슬픈 일이다. 열정적으로 사랑했기에 그런 사랑이 빠져나간다는 건 차라리 고통스럽다.
정말 그동안 너무너무 행복했고 온 마음이 꽉 채워지는 느낌으로
사랑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시간들.
감정의 색깔이 변해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머리로는 받아들여지지만 가슴에선 부정하고 싶어 한다.
이럴 땐 정말 나 자신이 어린애 같이 느껴진다.
상담사고 50대고 다 상관없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아이가 울고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생일날이다.
원래 생일엔 서운하거나 슬퍼지기가 쉽다.
뭔가 특별한 날이길 기대하는 마음 때문에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상하고 별 말 아닌데도 서운하고 그래서 그럴지도 모른다.
오늘은 이런 감정을 애써 없애버리려는 노력을 안 하기로 했다.
그냥 이런 날도 있으려니...
원래 생일날은 우울하기 쉬운 날이니...
오늘은 내가 아니, 마음속 어린아이가 실컷 슬퍼하고 우울하기를 허락해 주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3시간정도 지난 후
막내딸로부터 사과 선물과 카톡이 도착했다
"엄마 축하 선물이 너무 늦었지이
오늘 학교 갔다가 오느냐고 ㅠㅠ
오늘 생일이 어땠는지 시간이 갈수록 생일이 수많은 날들 중 하루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을 너무 축하드려요
♡ 엄마가 태어나서 내가 태어날 수 있었고 이 세상을 선물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믿음을 이어받아 선으로 악을 이김을
알게 함도 계속 기도로 세상을 이길 수 있어서 행복해♡
엄마가 좋아하는 사과 먹고
생일이라 특별한 날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
딸 셋이,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줄 수 없는 예수님의 은혜를 잊지 말고 하루하루 감사하자. 우리.
생일 너무 축하드리고 사랑해
♡
이걸 보며 내 마음이 감사함으로 변화되었다.
하나님이 이 아이의 믿음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주셨구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엄마보다 훨씬 나은 딸들을 주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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