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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된 지 4개월 되는 날

글이 안 써진다.

by 정민유


지금까지 신나게 글을 써왔다.

글감이 내면에서 삐죽 얼굴을 내밀면 '오냐~잘 왔다'하고 맞아들여 글로 쭈르륵 풀어냈다.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최근 한동안 글감이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난 글을 쓰는 것보다 안 쓰는 게 힘든 사람인데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니 참 난감한 노릇이다.


음식을 할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주문한 재료가 도착하지 않는 거다.

오늘도 부부상담 한 케이스를 일찌감치 끝내 놓고 글감이 떠오르길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쳐서 작가의 서랍도 들어가 봤다.

마땅히 쓰고 싶은 제목이 없어 다시 나왔다.

영감을 얻을까..? 하고 소설책도 집어 들었다.

집중이 안되고 졸음이 온다.

'에이~잠이나 자자'하고 누웠는데 아무래도 오늘은 글을 쓰고 싶었다.


날짜를 보니 2월 4일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딱 4개월 되는 날이다.

4개월 동안 64개의 글을 썼으니 한 달에 16개의 글을 쓴 셈이다. 그러니까 이틀에 한 번 꼴로 쓴 거다.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보았다.

'내가 이런 글을 썼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생소하게 느껴졌다.


처음에 남편과의 사랑이야기를 쓸 때는 내 흥에 겨워서 썼다.

50대에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식까지 한 우리의 경험이 하나라도 사라져 버릴까 봐 글로 부지런히 찍어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평범하지 않았고 내가 생각해도 재미나고 특이했다.

내가 재미있으니 읽는 분들도 똑같은 마음일 거라 믿으며..


그러다 '이런 책을 낸다면 누가 사서 읽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50대 중년 아줌마. 아저씨의 사랑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돌싱이나 노총각에게 ' 당신도 운명적인 연인을 만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마십시오' 이런 메시지를 전해야 하나?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시는 분들께는 우리의 사랑이야기가 오히려 부럽기도 하고 짜증 날 수도 있을 텐데...


그래서 더 이상 남편과의 사랑이야기를 쓰는 게 재미없어졌다.

슬럼프가 왔나 보다.

막막함...

이제야 글을 쓰는 게 힘들다는 말이 뭔지 알 것 같다....


브런치 작가 된 지 4개월째 되는 날

막막함과 마주하고 있다.

좀 더 깊은 성찰과 사유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리라.


그동안은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글을 썼었다.

<첫 시댁 방문에 5 광한 예비 며느리> 글은 다음 메인에 몇 번 노출이 되어서 조회수가 12만이 넘었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그대로 기록만 했으니 별로 어려울 게 없었다.


https://brunch.co.kr/@florin0623/29


브런치에 글을 쓰며 보낸 4개월이 이 세상 어떤 경험보다 진한 감동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글을 쓰는 기쁨을 맛보았으니 이젠 고뇌하는 글쓰기, 좀 더 깊이 있는 글쓰기로 변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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