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말” 한 구절
7주간 매일 책 한 권을 읽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며칠 만에 많은 일정들에 치여 어떤 일정을 내려놔야 하는 것은 아닌지 프로젝트와 일정들 사이에 계산하고 저울질하곤 한다.
7주간의 여정을 시작한 것은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여리고성을 매일 한 바퀴씩 돌라고 하셨던 말씀 때문이었다. 매일 1권씩 그렇게 읽는다면 내 안의 어떤 여리고가 무너질지 궁금했다. 몇일은 그저 책을 읽다가도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이 부담스러운 프로젝트를 어떻게 완수할 수 있을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게 된다.
그러다 문득 이스라엘 백성은 그렇게 엿새동안 여리고를 돌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내가 몇일간 여리고성을 돌듯이 매일 한 권씩 읽어대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서이다. 매일 한 권씩 읽어내는 이 시간들이, 어쩌면 독서라는 행위 자체가 어떤 면에서 훈련이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스라엘이 여리고성을 돌던 그 시간은 어쩌면 말씀으로 시작한 일임에도 이리저리 계산하고 내 힘과 계획을 의지하려고 하지만 결국 발걸음을 인도하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깨닫는 시간은 아니었을지. 엿새동안의 한 바퀴들이 매일 같은 한 바퀴였을 것 같지만 사실 말 그대로 매일 새로운 날이고 매일 새로운 한 바퀴였을 것 같다. 그저 도서관에서 빌린 대로 매일 읽어내는 한 권, 한 권인데 매 한 권이 새롭고 예상하지 못하게 읽힌다. 책 한 권 한 권이 새로운 책이라서가 아니다.
매일 일독일작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매일 한 권 읽고 매일 한 편의 글을 써 올리는 것이 힘에 부친다. 사실 주신 마음은 매일 일독인데 일작까지 붙인 것은 내 욕심이다. 이스라엘도 여리고성을 돌며 겨우 한 바퀴로 되겠어? 뭔가 더 해야 되지 않겠어?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이 과연 없었을까. 하지만 주님은 그저 매일 한 바퀴만 돌라고 어떤 소리도 어떤 외침도 만들지 말라고 , 내게 그저 매일 한 권씩 읽기만 하라고 하신다. 주님의 뜻과 내 욕심을 구분하는 시간이며,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책임지시는 분은 주님이시며, 일의 주인도 주님이심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틀간 “일류의 조건”과 “부모의 말”을 읽어내려갔다. 읽어냈다고 감히 말하기 부끄러워 ‘읽어내려갔다’는 표현을 굳이 찾아 쓴다. “일류의 조건”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해 ‘숙달된 자는 영역을 넘나들며 성공경험을 이어간다’는 답을 내놓는다. 어떤 영역에 숙달한 성공경험이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성공경험을 이어나갈 수 있으며 그러한 사람은 평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로 살 수 있다는 것이 책의 요지이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뒤이어 읽은 ‘부모의 말‘에서 이어졌다. 사실 ’부모의 말‘은 성공전략이라든지 그러한 것과는 전혀 무관한 책이다. 하지만 두 권을 연달아 읽게 하신 주님의 뜻이 있었다.
시작과 방향을 제대로 아는 아이의 지식은 삶의 수많은 방향으로 변주되며 아이의 삶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부모의 말”, 김종원
자신의 일상에서 늘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으로 사는 아이는 24시간 깨달음을 찾을 수 있고 또 그렇게 깨달아서 아는 아이의 지식은 살아있는 것이어서 삶의 수많은 방향으로, 영역을 넘나들며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배움일 수 있고 공부일 수 있게 되나 보다. 아이에게 이렇게 삶이 배움이고 공부일 수 있게 하는 것은 ‘부모의 말’이라고 한다. 사실 책을 무심히 읽어내려가면서 다 아는 내용, 뻔한 표현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점점 읽다가 울컥해진다. 뻔해 보이는 표현들, 뻔해 보이는 부모의 말들을 속으로 읊조리다보니 내가 어렸을 적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구나, 누군가 아이였던 나에게 이런 말을 계속 들려준다면 어떤 마음일지 감동이 되는 것이다.
매일 한 권씩 책을 읽으며 동시에 매일 성경말씀을 챙겨 읽고 있다. 한 권의 책에 속도감 있게 빠져들고 또 동시에 성경말씀도 읽게 되면 책의 저자가 보여준 그 관점으로 성경말씀도 읽게 되는 부분이 있다. 성경말씀을 더욱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리고 해당 책을 읽지 못했다면 알지 못했을 저자의 그 관점으로 성경말씀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여호수아서말씀을 통독하고 있다. 여리고성 전투를 지나 수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정복, 그리고 분배의 일련의 여정이 책에서 얻은 관점으로 읽게 된다. 성경의 그 여정들이 가나안땅에서 살아갈 훈련, 오직 주님으로 살 때 오는 성공경험들로 숙달된 자들이 일어나는 시간으로 읽게 되는 것이다. 독서는 성경을 더 잘 보게 하는 하나, 하나의 안경이 된다.
오늘의 여리고 한 바퀴에서는 주님은 오직 뜨거운 사랑을 배우라 하시고 또 사랑을 언어로 표현하라고 하신다. 그것이 내가 진입한 이 가나안 땅을 살아갈 주님의 지혜이며, 성공경험으로 숙달한 자로 세우시는 주의 명철이다. 독서를 통해 성경을 읽고 나를 읽고 내게 맡기신 아이들을 읽는 훈련을 시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