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 책 쓴 작가가 내 글 라이킷했어!”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는 뭔가 달라져 있다. 옆에 보이는 라이킷 수의 규모가 달라졌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흔히 보던 숫자들이 아니다.
브런치를 잠시 떠나 있다가 최근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내가 읽었던 책의 작가가 내 글에 라이킷을 누른 일이 생긴 것이다. 연예인을 우연히 마주쳤는데 나에게 아는 척한 것 같은 감동이었다.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내 안에 쌓여있는 것들을 다 풀어내리라 하는 각오로 열심히 썼다. 그렇게 브런치북을 하나 완성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려는데 무엇을 써야할지 쓸 때마다 고민이다. 벌써 글감이 다 떨어진건가 싶다. 그래도 꾸역꾸역 내 안에서 우물물을 퍼올리면 거기에 라이킷을 눌러주는 사람들이 있다. 참 신기하다. SNS는 전혀 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성향상 그렇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라이킷이 더 신기하다. 그런데 라이킷 수에 주목하다 보면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사람이 맞는지, 작가로 살고 싶었던 게 맞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책 한 권 내는 게 꿈인데 브런치에서 반응도 적은 글을 계속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래도 가끔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의 브런치를 찾아가 보면 이렇게 엄청난 글을 쓰시는 분이 어떻게 내 글에 라이킷을?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구독자수도 당연히 어마어마하다. 글을 잘 쓰시는 분이 참 많고 또 그런 분들을 알아보는 분들도 참 많구나 싶다. 그러다 보면 다시 한번 주눅이 들곤 한다.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이, 책 한 권 내고 싶다는 것이 바닷물에 물 한 방울 더하는 것처럼 의미 없이 느껴진다.
그러다 아니야! 하고 내 고개를 낚아채 시선을 들어올리게 해주는 책 한 권을 만났다. 류귀복 작가님의 “돈 버는 브런치 글쓰기”다. 책제목이 살짝 쑥스러워진다.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잠시 엎어놓으려니 책제목이 보이게 내려놓는 손이 부끄럽다. 책제목은 쑥스럽지만 책제목 때문에 손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류귀복 작가님은 유명작가의 SNS 팔로워들이 책을 구매한 비율보다 무명작가의 브런치 구독자들이 책을 산 비율이 10배 이상 높았던 자신의 사례로 브런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명작가의 팔로워들은 순수 독자이지만 무명작가의 브런치 구독자들은 작가의 지인에 가까운 독자들이다. 팔로워라기보다 동료작가에 가까운 구독자들은 구독하던 브런치 작가가 출간했을 때 조금은 다른 동기로 책을 구매한다. 좋은 책에 대한 단순 소비를 넘어서 지인을 향한 응원이자 격려 차원에서 책을 사기도 한다.
내 글을 향한 라이킷이 나를 향한 엄지척인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라이킷을 누른 분들의 브런치에 들어갔을 때 이렇게 훌륭한 글을 쓰는 분이 내 글에 라이킷을 왜 하지? 하는 의아함이 있었다. 그런데 라이킷은 엄지척이 아니라 토닥토닥이었다. 동료작가의 등장에 대한 격려와 같이 잘 걸어가 보자 하는 인사였다. 단순히 엄지척 몇 개밖에 안되네 할 것이 아니었다. 한분 한분 시간 내 인사와준 작가분들께 나도 답인사를 드리며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건넬 일이었다.
브런치는 공동체였다. 커뮤니티라고 하면 느낌이 안 산다. 동료들이고 이웃이며 가족이고 마을이었다. 그렇게 시선이 바뀌자 1명의 라이킷이 어떤 의미인지 새로워졌다. 단 한 명의 라이킷이라 할지라도 내 옆에서 함께 뛰어주는 러닝메이트 같이 소중하다. 브런치 마을에서 우리 집 문을 두드려준 귀한 손님들이다. 라이킷 자체에 의미가 생기니 숫자는 의미가 사라진다. 내 취향으로 글 좋네 안 좋네 판단할 것도 아니었다. 같이 달리고 있는 동료에게 잘하고 있다고, 힘내라고 격려의 엄지척을 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내가 글을 계속 쓸 수 있을까, 글을 쓸 때마다 생기가 돌고 활기가 생긴다고 고백했던 처음의 그 고백이 계속 갈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그런데 이곳이라면, 이 마을에서라면 나는 글을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는 새로운 고백을 올려드렸다. 채널만 주셨다면 더는 안될 것 같아요 하겠지만 사람을 주셨다. 공모전에 푹 빠져서 공모전 글만 쓰던 시절 왜 계속 브런치에 글을 올리라는 마음을 주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를 뛰게 하는 동기가 있고 채찍질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저 함께 글 쓰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서.
그렇게 라이킷과 구독으로 지인이 되고 이웃이 되며 가족이 되어 가는 곳, 내가 달리기를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얼마든지 같이 달려줄 친구들이 있는 곳. 나는 브런치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