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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 May 05. 2020

꾸준히, 열심히, 잘. 그건 참 쉽다.

지속적인 성장의 키는 자연스러운 생활이다.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영어를/공부를/요가를 어떻게 그렇게 꾸준히 잘해요?


그렇다. 내 대학시절 첫 토익점수는 650점이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옥스포드 박사과정에 연구제안서를 써내고,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보고, 합격할 정도는 되었다.


최근에 알게 되어 나의 현재 모습을 알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의 80%는 내 진짜 영어/공부/요가 실력을 모른다. 그래서 그 질문들이 구체화되지 않은 질문임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 질문에서 약간의 두려움도, 약간의 설렘도 느껴진다. 이를테면 ‘아, 나도 해보고 싶다. 아, 할 수 있을까.’...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내 일상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차차 알게 된다. 실력이 쌓이는 것, 꾸준히 좋은 활동을 하는 것에 대단한 비결은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소소한 매일을 보내며 가끔 맞닥뜨리는 즐거운 결과물을 기뻐할 뿐이다.


어제는 요가를 하면서 ‘에파카다코운딘야아사나’를 성공했다. 나름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동작이어서 기뻤다.

그리고, 이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질문에 답을 하기 앞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현재 어떤 상태에서 향후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 영어, 운동, 공부를 왜 그렇게 ‘긍정적인’ 혹은 ‘해야하는’ 활동으로 생각하는지도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 나는 아직 24시간 중에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혀 운동이나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 내 집중력으로 공부를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할 수 있다.

 - 글을 읽는 것은 어렵다.

 - 자유시간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


 - 운동 혹은 공부가 필요한 이유와 도달하고 싶은 수준을 알고 있다.

 - 운동을 하면 어깨 통증이 나아서 개운하다.

 - 공부를 하면 내가 만들거나 나누고 싶은 것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욕심내지 않고 나에게 맞는 수준의 활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효율성과 지속성에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 끝나고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면, 퇴근 후 3시간 정도는 뜸을 들이다가 10시, 11시에 30분 정도 투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절대 3시간 뜸이 들었고 30분밖에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만약 이미 2-3시간 정도 공부나 운동하는 것이 익숙하다면 내 몸의 피로도나 오늘의 관심사 및 기분에 맞춰서 소비 및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우울하다면 우울할 때만 쓸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컨텐츠를 만들며 예술로 승화시켜볼 수 있다. 이럴 때 어느 때보다 훌륭한 몰입력 있는 글이 나올 것이다. 만약 오늘 기쁘다면 그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 사람들과 어울리며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떤 것이든 본인이 생각하기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분들이라면 모든 욕심과 조급함을 내려두고 하나만 물어봐야 한다.


무엇이 내게 제일 재미있는가?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제일 기본이 되는 일은
재미있는 것은 확장하는 작업이다.

무엇인가를 꾸준히 잘하는 사람 치고 억지로 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무엇을 잘하려면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은 ‘인풋 ‘축적되는 과정이다. 공부라면 지식이, 운동이라면 근력이, 관계라면 이해정도가 계속 축적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인 성장의 핵심은 이 인풋의 과정을 쉽고 즐겁게 하는 것이다. 내게 제일 재미있는 것은 성장하기 위한 모든 재료들을 소비하는 제일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이 된다.


여기서 소비는 생산의 반대 개념이다. 소비는 타인의 창작물을 이용하는 것이고, 생산은 내가 컨텐츠를 만드는 개념이다. 유튜브, 영화, 책, 수다, 인스타그램 등 자신이 제일 재미있어하는 소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보는 것, 읽는 것, 사람과 협업하며 성장하는 것 등 일단은 입문의 문턱을 줄이는 것이 제일 최고의 방식이다. (‘생산’의 경우는 소비와 성장과는 조금 다르다. 이것은 다른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나의 경우는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이점이 많았다. 왜냐하면 책이나 논문 등 전문적이고 집약된 지식이 제일 많이 축적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 중요한 것은 이는 소비, 축적, 생산의 과정을 최대한 내 생활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어나서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미리 팔로우해둔 BBC 뉴스를 읽고, 아침 준비 시간에는 BBC 라디오를 켜놓는 정도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심리학, 젠더 등에 대한 내용을 영어로 읽는 것도 영어를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소비하면서 성장’하게 하는 중요한 패턴이다.


물론 나도 재미가 없으면 라디오도, 책도 읽지 않는 날이 있다. 그리고, 처음 영어로 심리학 컨텐츠를 읽을 때 블로그 글 하나 정도를 하루에 걸쳐 읽는 정도의 품은 들었다.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대단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아예 그만두지 않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원할 때 하면서 일상적인 수준의 지식소비를 지속하는 것이다.


매일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어도, 두 달가량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또다시 책을 읽으면 재미가 있어서 한두권 읽다 보면 그 해에는 그래도 10권 정도는 읽을 수 있다. 그저,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는 말은 항상 이거다.

“5년 후에 영어를 잘하고 싶나요? 아니요, 5년 후에도 영어는 잘하지 못할 거예요. 대단한 성과가 한 달만에 나타나길 바라지 말고 꾸준히 소비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은 나아져 있을 겁니다.”


그렇게 일단 즐거운 방식으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무언가를 소비하는 습관을 들였다면 이미 지속적인 성장 방식을 가진 것이다.

만약 조금 더 심화되고, 더 노력이 들더라도 그것을 원하는 자신만 있다면 소비하던 내용과 방식을 확장하면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도 신물이 나고 지겨울 때가 있다. 또한 이런 식의 성장 방식은 ‘성장이 취미입니다’ 정도의 접근이기 때문에 매우 큰 노력이 드는 경우에는 알맞지 않을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그러나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가  일에 충분히 활용되는데, 아마도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경우일 것이다. 아주 상관없는 일만 배우고 싶은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소소한 성장도 모이면 거대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노력이 드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내게는 옥스포드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는데, 아주 많은 양의 지식을 빨리 효율적으로 습득하고 아주 양질의 연구 제안서를 생산하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소비의 결과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경우다. 그리고 이런 경우는 훨씬 고통스러운 과정과 심리적 압박이 동반된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소비-성장-생산이 어려울 때 내가 취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이와 관련한 나의 다른 글: 천재성, 나도 그게 갖고 싶었다. https://brunch.co.kr/@recordmylife/31)


 1) 지식을 말 그대로 눌러넣는다.
2) 다 내려두고 ‘그 분야에서’ 재미있는 것을 좇는다.


첫 번째 방식은 시간이 별로 없을 때, 두 번째 방식은 무기력증 비슷한 것이 올 때 그렇게 한다.


지식을 밀어 넣는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아도 시간 내에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처음 영어책을 읽을 때 속도가 너무 느렸다. 그래서 일주일 만에 400쪽을 집중해서,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넘어가면서 읽었다. 그리고 다음 권을 읽을 때 갑자기 향상된 읽기 속도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생산도 마찬가지다. 후져도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뼈대를 갖춰 써본다. 수정은 그 후에 한다.


재미있는 것을 좇는 것은 마치 시간 낭비 같아도 절대 그렇지가 않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해당 분야’에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작년에 박사지원에 실패했을 때 슬럼프와 우울, 무기력증이 왔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을 했다.


내게는 그게 행동과학과 뇌과학 및 인지심리학이었고 그때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들이, 읽을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지만 전부 연구제안서에 포함되었다. 융합학문적인 내용에서 연구의 오리지날리티를 발견하셨던 여러 교수님들께 오퍼를 받았고 옥스포드 제안서에 넣은 복지재정과 인지심리 및 행동과학을 섞은 내용이 호응이 좋았다.


이런 것을 보면 성장과 성공에 대한 통상적인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잘하려고 할 때 생각하는 것은
1) 노력해야 한다. 2) 노력하는 것은 힘들다. 3) 대단한 것을 이뤄야 한다. 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고 고생스럽게 해야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노력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기쁜 일들이 찾아올 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처음에는 한 시간이라도 공부하자 싶다가도 점차 생활이 되고 더 나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들게 될수록 고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와 몸은 내가 목표한 대로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처리할 시간이 어차피 필요하다. 지식이라면 그것을 저장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이 뇌에 필요하고, 운동이라면 몸이 휴식을 취하며 낫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단기간에 큰 노력을 들인다고 해서 효율적인 것만도, 대단한 것이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나도 옥스포드 지원서를 쓸 때는 하루에 9-6로 일하고 저녁 후 9시쯤부터 새벽 3-4시까지 꾸준히 공부했다. 다만 나는 공부하는 내용과 방식이 내게 제일 편안한 방식으로 했기 때문에 힘들어도 재미있게 해낼 수 있었다.(물론 딱하게도 죽음과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게 되었지만)


나는 지금도 매일 영어로 된 재미있는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조금씩 성장 중이다.

요가도 지난 2주간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매트 위에서 그냥 내려오기도 했다. 조바심이 났다. 그렇지만 아무 동작이나 하면서 그냥 해 를 시전해보니, 더 회복된 몸으로 안되던 동작들을 성공하기도 했다.



꾸준히. 열심히. 잘.

대단한 비밀은 없다. 그 말 그대로, 꾸준히, 열심히, 잘, 하면 된다.

나를 배려하면서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즐거운 것을 즐겁게 하며 기쁘게 소소한 성취를 맛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해내는 것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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