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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 Jun 14. 2020

III.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회로

제가 한번 공부해보겠슴미다

앞서

 I. 사회정책을 공부한다고?

 II. 나의 네번째 전공, 사회정책을 공부하게 된 계기 를 소개드렸다. 이번 편은 나의 연구주제에 대한 편이다.


이전 글에서 소개드렸듯 나의 관심주제는 크게 두 가지이다.

1) 사회정책 : 정책 분석과 평가
2) 복지태도 : 복지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형성 과정


옥스퍼드에서 진행되는 연구 카테고리 5개로 따지면, 나의 두 가지 연구분야는 'Poverty, welfare, and social exclusion(빈곤, 복지, 사회적 박탈)'과 'The politics of social policy reform(사회정책 개혁의 정치)' 두 가지 이고, 각각 빈곤정책과 복지태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에 대해서는 예상할 수 있는 범위인 것 같아, 마지막에 짧게 덧붙여두고 이번 글은 복지태도에 대해 더 집중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실제로 내가 더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내가 궁금했던 것들은 이런 것이었다.

복지정책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인식’은 왜 어떻게 형성될까,
이번에 바뀐 정책에 왜 저런 ‘반응’을 보일까,
만족스러운 정책이란 무엇일까,
복지는 원하지만 ‘세금’을 내고 싶지 않거나, 복지를 원하지 않아도 ‘세금’을 내려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이 주제는 쉽게 말해,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사고회로가 궁금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런 연구가 관심을 받는 배경은 두 가지 정도일 듯 하다. 첫 번째로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사회지출에 대한 필요성과 재정부담이 동시에 가중될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 커질 수 있는 시기이기에 어떤 요소들이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 종국에는 사회정책의 향후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하는 것이다. 연구 수요 측면에서 유럽과 미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상황이나 복지에 대한 팽팽한 양론을 이해하고자 하는 접근으로 아주 흥미롭지 않나 싶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재미있고 조금 더 이론적일지 모른다. 그건 학문간 융합을 통해 인간을 한정짓지 않고 그 자체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그리고 정책 분야에서도 관련 연구결과를 사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학자들이 연구하는 목적은 대체로 '더 좋은 사회 만들기'에 수렴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정책학자, 경제학자, 심리학자, 그리고 엔지니어까지 좋은 사회와 인간에 대한 시각, 방법은 다를 수는 있어도 결국 그 끝에는 더 행복한 사람들, 더 만족스럽고 발전된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핫한 연구나 융합학문적 접근은 비슷한 학문적 목표를 가지고 사회와 사람에 대한 기존의 관점을 더 유동성있게, 현실적으로 대체한다. 최근 노벨경제학상을 다수 수상한 행동과학이 좋은 예가 된다. 행동과학은 경제학에서 전제했던 인간의 합리성이 비현실적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사람들이 사실은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AI나 머신러닝 같은 분야도 마찬가지다. 언뜻 동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AI를 개발하기 위해 인간이 대상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대해 낱낱히 알아낼 필요가 있었다. 또한 빅데이터, 인지심리나 뇌과학이 함께 발전하면서,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기제로 감정, 생각, 판단,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어떤 신체적 요소, 환경적 요소, 개인적 요소가 뒤얽혀 작용하는지 파악해내고 있다.


이해를 위해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사람이 빠른 사고, 느린 사고 등 두 가지 사고체계를 이용하며, 신체적으로는 호르몬, 뇌의 작용, 영양 등 요건들에 영향을 받고, 국가 및 개인적 경제수준, 정치이념, 지위 등에 따라 가치관과 태도를 형성하게 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람에 대한 비밀을 서서히 풀어나가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혹은 당위(~해야함)없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는 인간 알고리즘을 완성해나가고 있기도 하다.



나는 이러한 관점을 사회정책 분야에서 이용하고 싶다. 사람들이 정책 관련 정보를 어떻게 인지하고, 그 인지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수준, 개인수준의 요소들은 무엇인지를 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한 학문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를 고려하고, 방법론 역시 다양한 학문에서 사용되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싶다. 특히 행동과학, 인지심리, 뇌과학을 이용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에 대해 태도를 형성하거나 행동하는지 알고 싶다.


굳이 내가 공부할 분야에 대해 써보는 만큼 조금 더 구체적인 단어들을 던져보고자 한다. 나는 공리주의와 합리성에 대한 철학, 인지과정, 뇌, 행동, 세금, 정부신뢰, 개인의 사회경제적 수준, 성격, 정치이념, 국가의 경제, 정치 역사 및 상황 등 수많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공부하려고 한다. 사실 이 곳에서는 나열식으로 소개할 수밖에 없지만, 내가 제시할 몇 가지 논리 안에서 각각 꿰어지는 집합들이 있고 제안서에도 그렇게 내용이 담겼다. 연구방법론도 양적, 질적 방법론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싶다. 특히 계량경제 방법론, 구조방정식, 다층모형분석, 심층면접, 실험조사가 제일 시급하게 강화해야할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사회정책에 대한 태도를 형성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이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금을 연결해서 연구하고자 한다. 개인 상황에 따라 세금을 얼마 내는지,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고 생각하는지, 정부가 청렴히 관리한다고 생각하는지 보고자 한다. 사실 사회재정이 굉장히 커질 분야라고 생각하기에 어떻게 복지지출을 감당할 것인지, 복지태도에 영향을 주는 세금 혹은 재정 체계를 확실히 알아둘 예정이다.




그외에 '정책' 적인 면을 보자면 나는 단연 빈곤정책을 연구하고 싶다. 앞으로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법한 부분을 예상해보고, 이에 어떤 정책이 제일 좋을까를 공부해보는 것이다. 세 가지 정도의 주제에 관심이 크다.


1) 일단 첫번째는 노동시장과 실업급여, 즉, 노동시장에서의 사회보장이다. 이 주제는 사회정책과 노동시장이 결합된 주제로 은퇴연령 이후에도 많은 경우 일을 지속하는 한국에서, 긱이코노미의 확대와 기술발전으로 노동시장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에 더 중요해질 것 같다.

2) 현금급여, 현물급여, 사회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 특히 1인 가구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이 높아진 사회에서 세 가지의 적절한 구성은 무엇이고 어떤 사회정책이 더 적절한 정책이 될까.

3) 마지막으로, 세금, 기금, 사회보험 등 다양한 재원마련 방식과 이에 대한 사람들의 만족도 및 신뢰도를 함께 고민해보고싶다.





사람을 폭넓게 그러나 세밀하게 이해하고자 하기에 아마 나는 많은 것을 공부해야할테다. 그리고 이러한 분야는 신학문간의 융합이기 때문에 새롭기도 하고 마이너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만큼 나는 나의 연구결과가 학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쓰임이 있기를 바란다.




지루하다면 지루하고, 어렵다면 어렵고...재미있자면 재미있는 한 편이었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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