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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우 Jun 06. 2020

II. 나의 네번째 전공, 사회정책을 공부하게 된 계기

다들 행복하면 좋겠다.

나는 곧 사회정책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르기까지 전공이 세 개, 일한 기관 수가 다섯 곳 정도 되니까, 사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수준이다.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만물박사라고 놀림당할지도 모른다.


나는 전공이 세 개다. 그런데 심지어 세 전공 모두 다양한 과목이 합쳐진 학과였다. 이를테면 교육심리학에는 교육학 + 심리학이 섞이고, 경영학은 말할 것 없이 응용학문이고, 정책학은 정책을 만드는 트레이닝 + 어떤 정책을 공부하고 싶은가에 따라 환경, 교육, 복지,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수 있다.



내가 생소하다면 생소하고, 쓸데없이 거창하다면 거창한 '정책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사실 나는 학부 때 심리학 공부가 너무 재밌었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알고 싶었달까. 성격심리, 뇌과학, 상담심리에 특히 흥미가 돋았다. 지역도서관 심리학 코너의 책은 더 읽을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상담심리 전문가가 되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마음속으로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건 1) 심리학은 공부는 재밌을지 모르나, 상담이나 임상분야에서 개인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2) 심리학은 서비스가 개인에게 한정된다, 3) 공부가 어렵고 긴 데 비해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지금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졸업학년쯤부터는 계속 심리학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고 있었다. 사람의 심리 기제를 공부하면서도, 사람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하면서도, 조금 더 거시적인 무언가.





나는 당시에 대학교에서 22학점을 수강하며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었는데, 그때는 더더욱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영어를 사용할 수 있고 집이 가까웠던 해외입양인 NGO에서 새로운 봉사활동을 새로 시작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돌아온 입양인들의 친가족을 찾는 작업이었는데, 덕분에 고아원, 경찰서, 입양기관, 태어난 지역을 찾아다니고 수소문해서 사람을 찾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게 몇몇 친구의 친가족을 찾아서 도와주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내게도 아-하! 의 순간이 찾아왔던 듯하다. 그건 덴마크 입양인 친구와 지역 경찰서를 방문한 뒤였다.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말하기를, 덴마크에서는 나라에서 돈을 주니까 실업이나 취준 때문에 크게 불안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게 내 인생에 처음으로, '정책'이라는 것이 '개인'의 '심리(감정,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구나-하고 정책의 존재와 영향력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정책은 누가 만들고 어떻게 되어있어서 나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나는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비싼 상담서비스가 개인에게 제공되는 것에 비해 정책은 더 폭넓게 불안을 해소하는 삶의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내 욕구와 비슷하게 맞아 들었다.


곧바로 정책학을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들어갔다. 여름에 덴마크 이야기를 들었고, 그 해 말 대학원에 합격해 다음 해 2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생각은 참 일차원적이었다. 왜냐하면 사실 '정책'이 아니더라도 '개념' 자체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경제가 좋아지게 하는 요인'에 관심을 가지면 되는데 나는 경제가 좋아지게 하는 '여러 방편 중 (경제)정책' 이라는 한 '수단'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더 좋은 조건에서 살기를 바랐다면 사회나 사회복지와 같은 개념을 공부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그중 하나의 수단인 사회정책을 공부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사회정책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미시적이기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취하는 특징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차원적인 생각은 대학원에서도 똑같았다. 내가 석사 때 관심이 컸던  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개념은 행복을 학문적으로 개념화하고 측정하려는 시도 끝에 생긴 개념인데, 나는 '어떤 정책으로 어떤 환경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행복 자체'를 공부하자고 생각했었다.  



어쨋던 나는 대학원에서 1) 정책 마련을 위한 철학적 이론적 논의, 2) 정책 효과성 평가 부분을 제일 많이 공부했던 것 같다.


그리고 1) 양적 방법론이나 큰 데이터 셋을 다룰 수 있게 된 것, 2) 대학원 중 & 이후에 4개의 국내외 쟁쟁한 공공기관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은 것, 3) 영어를 꾸준히 해서 어려움이 없던 것(꾸준히, 열심히, 잘. 그건 참 쉽다. 편 참고).


이것이 여러 곳을 지원하면서 어필했던 나의 강점이었고, 대부분 대학원에서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것을 막무가내로 배우며, 다음 공부의 토대를 잘 닦은 결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내가 왜 그런 것을 연구하고 싶어 했는지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심리학은 그때도 내게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이를테면, 정책과 연관해서지만, '행복', '사람들의 사고나 감정의 흐름' 같은 것이 주 관심사였던 것이다.


이후 현재 일하는 사회정책연구원에서 우리나라 사회정책 향후 5년 계획을 위한 연구 같은 아주 굵직한 연구들에도 운 좋게 들어갈 수 있었다. 공무원, 저명한 학자들과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얘기해볼 수 있었다. 보통은, 빈곤정책을 주로 연구했다.


여기서 내가 공부하게 된 것은 조금 더 정책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정책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 보다는 A 정책의 세부사항, 정책 대상, 효과성 혹은 소득보장체계 등 '정책 그 자체'를 공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 행복 + 사람들의 사고나 감정의 흐름이라는 키워드가 맞춰져, 결론적으로 나는 지금 1) 사회정책, 2) 복지인식, 3) 사회재정, 4) 정책평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에 지원할 때도 이 관심사를 모두 섞어서 제안서를 작성했다.


이중 내 최대의 관심사인 복지인식은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살펴보는 즉, 정책 평가를 내림에 있어 '사람들의 사고나 감정의 흐름'을 학문적으로 연구해보겠다는 의미가 된다.


이미 너무나 복잡한 생각일 수 있지만, 다음 편에서  '그래서 뭘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내 다학제적인 백그라운드에서 발전된, 융합된 주제이기 때문에 굉장히 새로운 수도 있고 허황될 수도 있다. 




나에게 뭘 공부하는 건지 알려달라고 한 친구는 지금 후회 중일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너무 복잡해. 하나 물어봤는데 말이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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