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맏팀원이 물었다. 아마도 특정 팀원을 편애한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자기가 제대로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느껴던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도대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팀장의 마음에 드는 겁니까? 하는 것처럼 나에겐 들렸었다.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결국에는 팀에 성과를 만들어주는 팀원이 좋은 거였다. 팀장이 하라는 대로 말 잘 듣고, 팀워크 좋고, 유쾌하고, 아무리 그래도 일을 깔끔하게 잘 해내는 사람이 결국에는 좋았다. 돌이켜 보면 딱 이런 팀원이 일 잘해서 좋다고 얘기하기 힘들다. 모두 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이었다. 좋은 리더가 잘 코칭해서 더 좋은 인재로 육성하는 것은 말이 좋지 실제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을 못 봤다. 그만큼 사람이 변하고 성장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 지금 일 잘하는 사람은 원래 일 잘하는 사람이었고 내가 키우고 육성하는 팀원은 나와 일을 같이 하는 동안은 계속 일을 잘 못해내는 친구였다. 아마도 다음번 팀장이 그 결실을 누릴 것 같다.
나는 긍정적인 사람이 좋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긍정적인 사람의 잠재성은 혹은 옆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큰 것 같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을 받더라도 그 자리에선 ‘확인하고 고민해 보겠습니다.’ 하는 사람이 좋았다. Yes Man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팀장이 일을 지시할 때는 더 많이 다양한 일을 접해봤거나 정보가 더 많은 사람이기에 그 업무에는 이유가 있다. 신입사원의 자질과 태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런 과제를 내는 팀장들도 많이 있었는데 어떻게 과제를 접근하는지 판단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 과정과 결과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거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해봤었는데 안되었고. 이런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사람은 비단 아래 직급의 사원뿐 아니라 선배, 상사도 많이 있다. 선배 상사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은 언제나 대안이나 제안이 없는 반대는 조심하기 바란다. 그런 하나하나의 행동과 말이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나의 평판이 된다. ‘누구는 참 불평불만만 많은 사람, 일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될 일도 안될 사람이야.’가 된다. 한번 만들어진 평판을 바꾸기란 정말로 어렵다. 그래서 새롭게 시작하는 장소, 사람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디자인해보는 것도 전략인 것 같다. 대학교 때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정말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이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인데 난 1시간씩은 곧잘 늦게 나타나는 편이었다. 학교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왜 그렇게 시간개념이 없었는지 부끄럽지만 지금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쳐진다. 그러던 내가 회사에 입사를 하고 조직생활을 시작 하면서 받게 된 스트레스란 정말 엄청난 것이었다. 모든 일에는 납기가 정해져 있고 Time Line이 따라다녔다. 남들은 그냥 해 내는 일이 난 너무 힘들었고 입사 첫해에는 결국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심하게 앓게 되었다. 아무래도 낫지를 않았다. 퇴사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직장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 당장 회사를 그만 두지 못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라고.
첫 번째는 지옥에 떨어진 것 같은 지독한 감정에서 벗어나 보고자 작은 것이라도 감사한 것을 찾기 시작했댜. 그리고 그것을 말로 내뱉기 시작했다. 처음엔 감사한 것을 찾기가 쉬웠지만 갈수록 어려웠다. 찾고 찾기를 반복하다 보니 정말 일상의 작은 것들도 다 감사해졌다. 사내 식당에서 음식을 배식해 주는 분들께, 미화원분들께 나와 일상의 일로 스치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러니 내가 좀 멋있게 느껴졌다.
두 번째는 모든 정해진 시간을 내가 조정했다. 정해진 시간보다 나의 일정은 조금씩 더 당겨서 세팅하는 것이다. 친구와 약속은 기본적으로 30분 일찍 도착하고자 했다. 그래서 나의 가방엔 언제나 책이 한 권씩 들어 있는데 일찍 나간 약속장소에서 나는 책을 읽었다. 업무 일정은 최소 1일 , 1주일씩 당겨서 스스로 납기를 정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나의 발걸음은 빨라져 있었다. 걷기에는 마음이 급해져 회사 내 건물과 건물을 이동할 때는 사내 자전거로 다녔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회사 내에서 자전거를 타고 업무를 보는 여자 사원은 없었다. 희귀한 시절이었다. 이렇게 했을뿐인데 내가 달라지고 있었다.
타인을 변하게 하기란 참 어렵다 나도 변하기 힘든데 어떻게 타인을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팀장인 내가 보기에 일을 참 잘하는 데 이상하게도 평이 안좋았던 김 차장이 있었다. 옆 팀장의 김 차장에 대한 안좋은 말을 듣고나서 인가 나는 며칠을 김 차장을 관찰했다. 김 차장은 업무 시작 직전에 출근해서 조용하게 본인의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말수도 없고 그나마 목소리도 조용조용해서 일하는 업무 시간 내내 그 사람의 존재감은 없었다. 2~3년 전쯤에 조직이동을 해 온지라 친하게 지내는 동료도 없어 보였다. 점심 식사도 팀원들과 하지 않고 혼자서 휴식시간을 보냈다. 근무 시간이 끝나면 바로 퇴근했다. 술자리나 퇴근 이후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상사가 부르는 번개모임도 거절하기 일쑤였다. 반복되다 보니 회사 내 모든 사적인 모임에는 배제되고 있었다. 이런 김 차장은 이기적이고 자기 일만 챙기는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평판이 만들어져 있었다. 평가는 물론이고 원하는 다른 조직으로 이동이나 승진은 힘들어 보였다. 나는 김 차장에게 내가 하자는 대로 3개월만 하자고 했다. 먼저 30분 일찍 출근, 출근 시 5명 이상에게 먼저 출근 인사, 근무 중 매일 3명 이상과 얘기하거나 커피 마시기, 점심식사는 팀원들과 같이 하기였다. 결과는 놀라우리 만큼 드라마틱했다. 김 차장은 인싸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조직내에 핵심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처음이 힘들었지 3개월간의 노력은 그사람의 삶의 태도와 인식을 바꿔 놨다. 원래 일은 잘하는 사람이었으니 인정받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했었는데 말이다. "30분 일찍 출근" 타인들에게는 보여져야 한다. 행동이나 말로써 말이다. 아무리 내 마음과 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타인은 알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