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아빠와 단둘이 점심을 먹을 때였다. 원래 식사할 때 많은 대화를 하지 않지만 전날 티브이에서 보았던 한 주제로 아빠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식사 예절에 관한 프로그램의 이야기 었는데 쩝쩝대는 소리를 내는 사람, 지저분하게 먹는 사람 등 함께 식사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 대한 주제 었다.
"아빠, 아빠는 누가 만약에 아빠 식사 예절이 안 좋다고 밥 먹는데 뭐라고 하면 어떨 거 같아?"
"뭐라고 하면 되나."
"아니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다음부터는 안 먹어야지."
"그럼 아빠도 맘에 안 들면 얘기할 거야?"
"아니.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그 사람과 정말 식사하기 힘들다면 식사 자리는 피하고 커피를 마시던가 하면 되지 뭐 먹고 있는데 마음에 든다 안 든다 말을 하노. 오히려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과는 아예 밥을 안 먹고 말지. 자식이라면 식사예절을 가르쳐주겠지만."
물론 싫을 수도 있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의 식사 예절이 엉망이거나 청결하지 못하다면 함께 식사하는 자리는 고역일 수 있다. 하지만 굳이 그 자리에서 상대방을 면박 주거나 상대방을 민망하게 만드는 말을 그 자리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아빠의 생각이었다.
나는 아빠가 누군가를 험담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먼저 지켜보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찾으려고 하는 편이다. 상대가 싫다고 굳이 욕할 필요도 없고 억지로 바꾸려고 할 필요도 없다고. 남을 헐뜯어봐야 결국은 자기에게 다 돌아온다고 항상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이래서 싫다,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 이야기를 할 때면 엄마 아빠는
“그래도 그 사람이 이런 일은 잘하잖아.”
라고 하셨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지만 그 부분을 덮을 만큼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밥 먹을 때뿐 아니라 쓸데없이 남의 말을 함부로 하거나 남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자기에게 돌아가게 돼있어."
"근데 욕먹을 만할 수도 있잖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살인자같은 범죄자들은 당연히 손가락질당할 수 있지. 그런 정도가 아닌 이상 함부로 사람한테 손가락질하면 안 돼."
그리고 아빠는 내게 아빠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보라고 했다. 나는 두 번째 손가락을 펴고 권총모양처럼 아빠를 향했다.
“어떤 글에 이런 말이 있더라. 봐라. 손가락으로 보통 남을 손가락질 할 때 한 손가락이 상대방을 향하제? 근데 남은 손가락은 어디를 향하노? “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허공에 떠있는 손을 봤다. 아빠 말대로 한 손가락은 아빠를 가리키지만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인터넷을 검색했고 아타라시 마사미 작가의 ‘리더십 키우는 법’이라는 책에 있던 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런 말이 진짜 책에 있었네. “
“남을 향해 한 번 손가락질할 때마다 세 개의 손가락이 나를 욕한다더라. 결국 남을 욕할 때 나도 같이 욕하는 거지. 그 말은 아까 말한대로 다 자신한테 돌아온다는 말이고. 남한테 함부로 말하고 뒤에서 함부로 욕하면 나중에 네가 제일 힘들 때 옆에 아무도 없을 거다.”
나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몇 번을 손을 구부려 손가락질을 했다. 나를 향한 세 손가락.
이 날 이후로 실수로라도, 장난으로라도 누군가에게 손가락질을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발의 총알이 세 발이 되어 돌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