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 때 글을 쓰세요.
주위 사람들은 내가 브런치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몇 번 용기 내 말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 이야기했지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는 해 본 적이 없다. 물론 그들이 내가 쓴 글을 보고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비웃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괜히 부끄러웠다.
글을 보여주고 여러 조언들을 받아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글이 예뻐지면 그때 알리고 싶었다.
얼마 전, 정말 이뻐하는 학생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제 고3이 되는 이 학생은 공부를 소홀히 하지는 않지만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무언가에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취업이 잘되는 간호학과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생기부등 모든 것이 간호학과에 맞춰져 있었다.
처음부터 확고한 꿈이 있어 움직이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아직 사회를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어떤 일이 나와 잘 맞는지,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함을 느끼는지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뭐가 하고 싶은지, 무얼 잘하는지 늘 고민을 하는 아이였다.
이 아이를 보면 항상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성적이고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어둡지만은 않은.
즐거운 일을 찾지 못해 의욕을 갖지 못했지만 밝게 살아가려는 모습을 한 아이였다. 마음도 여려 상처도 잘 받았다. 이런 아이가 나에게 처음으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면 원하는 책을 사주겠다고 약속도 했었다. 그냥 읽는 것만 좋아할 거라 생각했는데 글을 쓰고 싶다고 하니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떤 사람들은 고3이 무슨 글이냐, 취미로만 하라고 하겠지만 나는 이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일"이 처음으로 생긴 것에 대해 축하해 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끄럽게 간직하고 있던 브런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브런치라는 플랫폼 알아?"
"네! 알아요. 자세히는 모르는데 그곳 글 몇 번 읽은 적 있어요."
"선생님이 그곳에서 글을 발행하고 있거든."
"진짜요?"
놀란 듯한 아이는 브런치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수학 선생님이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신기해했다. 아이는 현재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발행하고 있다고 했다. 글을 쓰는 날은 마음이 우울하거나 기분이 많이 안 좋은 날이라고.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풀린다고 했다.
"선생님도 처음에 마음이 너무 우울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 글재주가 좋은 것도 아닌데 글을 쓰고 나서부터는 마음도 편안해지고 치유가 됐거든."
"선생님도 우울할 때가 있었어요?"
"당연하지."
그 후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막연히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에게 나는 글을 차곡차곡 모아보라고 했다. '일기도 좋고, 시도 좋다. 형식이 어긋나도 좋다. 일단을 써봐라.'
사실 내가 대단한 작가도 아니고 알아주는 책의 저자는 아니지만 먼저 글로 마음을 치유해 본 사람으로서 글쓰기는 마음을 다스리기에 참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도 글을 쓰며 우울한 마음을 떨쳐 냈음 하는 마음이었다. 그 후로도 가끔 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읽은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매일 축 쳐져있던 아이는 글 이야기를 할 땐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거면 됐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가고 있으니.
그날 이후로 나는 홀로 글쓰기 장려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이름만 거창하지 혼자 머릿속으로만 하는 프로젝트. 나처럼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글을 써보라고 추천하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거나 글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일단 써보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