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덤벼보기
처음 글을 쓸 때는 책을 내겠다는 욕심이 없었다. 그저 마음 치유를 위한 글쓰기였으니까.
하지만 글이 하나, 둘 쌓이고 전자책에 대한 제안이 들어오고 나서부터는 내 이름 석자가 적힌 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혼자 소장할 수 있도록 한 권 정도만 자비로 출판해 볼까 했지만 조금 욕심이 생겼다.
'에이 되겠어?'로 시작한 마음이 점점 '됐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하며 출판사의 메일을 모았다. 처음 쓴 글은 청소년 소설이었다. 초등 고학년을 겨냥해 썼던 소설을 조금 다듬어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투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무작정 첨부파일에 소설만 넣고 투고를 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 곳에서 회신 메일이 오지 않아 그제야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매번 느끼지만 꼭 저질러 놓고 찾아보는 이 습관을 버려야 할 텐데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여러 작가님들의 투고 방법을 읽어보니 기획서도 있어야 하고 한 장 짜리 분량의 줄거리도 있어야 했다. 줄거리야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지만 긴 소설일 경우에는 보통 기획서와 함께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글을 읽었다. 나도 다시 글을 재정비했다. 기획서도 쓰고 줄거리도 쓴 후 다시 다섯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보통 더 많은 출판사에 투고를 하지만 청소년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 중 눈여겨보았던 곳만 투고를 하기로 했다.
보내기를 누르는데 어찌나 손이 떨리던지.
여러 번 맞춤법 검사도 하고 퇴고도 했지만 볼 때마다 부족했던 글을 보내도 되는지 걱정스러웠다. 투고를 하고 바로 다음 날, 한 출판사에서는 거절의 메일을 보내왔다. 충격도 아니었다. 당연하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검토 후 일주일, 이주일 안에 회신을 주겠다는 메일이 줄 줄이었다.
실망할 것도 기죽을 것도 없었다. 해보자! 해서 해봤으면 된 거다. 앞으로 투고를 할 일은 많은 것이고 할수록 내 글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의 메시지가 차례로 도착하던 순간 한 출판사에서 긍정의 회신이 왔다. 그 분과는 따로 카톡도 하고 언제 만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11월 초쯤 오갔던 대화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학원의 시험이 모두 끝나는 12월 중순쯤 만나자는 대화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됐다. 됐어! 이제 내 책은 잘 팔리던 안 팔리던 세상에 나오게 될 거고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바쁜 시험기간 동안 힘든 것도 잊고 즐겁게 일을 했다.
하지만... 하지만!!!!
출판사에서는 연락이 없었다...
만나는 날까지 조금 더 꼼꼼히 검토해 보시겠다더니 글이 엉망이었거나 나를 잊으신 거겠지.
다시 연락을 드려볼까 생각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만약 정말 괜찮은 글이었다면 이미 나와 그분은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너무 쉽게 포기한 걸까? 해봐? 말아? 백만번은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은 포기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그래도 내 글이 책이 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는 것이다. 출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어쨌든 "답장"은 받았으니까.
쓰던 모든 소설들을 갈아엎고 다시 시작했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성실히 글을 쓰고, 글을 쌓고, 글을 다듬어 다시 투고하는 성실함인 것 같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사진 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