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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 Dec 13. 2023

혼자만의 글쓰기 연습 (3)

퇴고의 늪

처음 해보는 퇴고는 내게 너무 어려운 관문이었다. 한 번 고쳐쓰기 시작하면 글 전체를 엎는 경우도 있었다. 수정 없이 글을 쓰고 나서 반복되는 퇴고를 했다. 그런데 퇴고를 하면 할수록 글의 한계가 느껴졌고 다시 엎는다 해도 딱히 좋은 글이 써지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다 써놓은 한 편의 글이 그대로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퇴고를 할 때도 처음 글을 나누어 쓰던 것처럼 글의 절반만을 나누어 퇴고하기 시작했다. 오늘 절반을 퇴고하고 다음 날 다시 절반을 퇴고했다. 이렇게 한 편을 세 번 정도 퇴고하고 나서 다시 처음부터 퇴고를 몇 번 하기도 했다.

어느 글에서 보니 퇴고를 하면 할수록 좋은 글이 된다는데. 어째서 내 글은 퇴고를 하면 내용이 산으로 가는 걸까. 앞의 내용을 바꾸면 뒤의 내용도 다 바꿔야 하니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글을 누가 읽고 싶어 할까라는 생각에 멈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퇴고 작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편수는 단 한 편도 없었다. 항상 다시, 다시, 다시.

퇴고를 하면서 느낀 점은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이 대단하다는 것. 그분들은 더 많은 퇴고 작업을 하셨겠지. 그러니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고 많은 독자들이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힘든 작업이긴 했지만 퇴고하는 과정이 싫지만은 않았다. 수정하다 갑자기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 이전의 내용보다 조금 더 탄탄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나만의 기준이지만.

이전에 썼던 소설 중 퇴고를 하다 도저히 글이 이어지지 않아 엎었던 글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쓴 글들을 퇴고하면서 그 작품들도 다시 꺼내보기도 하고 부족한 점이 있는지 혹시 소생가능한지도 확인했다. 대부분은 살려낼 수 없어 다시 깊숙한 어딘가에 넣어두었지만 나중에 퇴고하는 법을 더 배우고 익히면 죽어 있던 그 글들도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글은 쓰면 쓸수록 재미있고 신기하다. 처음에 쓸 때는 세상 최고의 작가가 된 것처럼 술술 쓰다가 막상 다시 읽어보면 허점 투성이고, 다듬고 다듬다 보면 또 괜찮은 글이다 싶다가도 며칠 지나 다시 보면 또 허점이 보인다. 퇴고란 끝이 없는 작업인 것 같다.  

혼자 글을 쓰며 퇴고하는 연습은 누군가에게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만들어라, 이게 목표였다. 평가받는 건 나중의 일이다. 아직은 평가를 받을 만한 글도 아닐뿐더러 글쓰기에 재미가 생겼고 글쓰기를 좀 더 사랑하다 보면 언젠가는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을까.

퇴고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건 그때를 위한 연습이고, 내게 꿈이 생기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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