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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 Dec 08. 2023

혼자만의 글쓰기 연습 (1)

웹소설 쓰기로 연습하기

브런치를 쉬면서 했던 글쓰기 연습 중 가장 먼저 한 것은 웹소설 써보기였다. 웹소설을 잘 써서 어떤 성과를 얻기보다 웹소설을 쓰면서 멈춤 없이 글 쓰는 법을 연습했다.

웹소설은 보통 한 화에 5000자의 글이 들어가야 한다. 언뜻 보면 5000자 쓰기가 쉬워 보이지만 머리에서 순간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5000자는커녕 1000자 쓰기도 힘들다. 브런치에는 글자수를 따로 확인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글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5000자 쓰기를 여러 번 연습해 감을 잡는 수밖에.


웹소설 플랫폼 하나를 선택해 매일 연재를 해보기로 했다. 구독자가 없어도 좋고 선호작으로 선택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일단은 한 번에 글을 쭉 쓰는 법과 글을 쓰는 속도를 올려보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처음 연재한 작품은 무협 소설이었다. 웹소설에는 무지했기 때문에 어떤 작품들이 인기가 많은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첫 웹소설 소재로 하필이면 인기가 없는 무협 소설을 선택한 건 아마 아빠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아빠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부터 무협 소설을 즐겨 읽으셨다고 한다. 컴퓨터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야 더 이상 읽지 않으셨지만 그 시절 나온 무협 소설은 다 읽지 않으셨을까.  

아무튼, 가끔 아빠가 읽던 무협 소설을 봐왔기 때문에 웹소설 소재로 쓰기에 좋을 것 같았다. 손가락을 풀고 심호흡을 한 뒤 처음 프롤로그를 쓰는데 손 운동을 한 게 민망할 만큼 글의 양이 많지 않았다. 열심히 썼는데도 고작 1000자가 겨우 넘어갔다. 글자수도 글자수지만 무협 소설을 어깨너머 봤다고 해도 잘 모르는 분야를 글로 풀어내려니 문장이 맞지 않고 내용도 뒤죽박죽 엉망이었다. 하지만 연습 단계니 일단은 써 보자라 생각하며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나갔다. 1화에서 3화까지 쓸 때는 하루에 1000자씩 며칠을 나누어 적었다. 어떤 날은 사실 1000자도 힘들었다. 그 후 4화부터 7화까지는 한 번에 3000자씩을 적었다. 내용이 엉망진창이라도 가끔 주인공의 이름이 바뀌더라도 개의치 않고 글자수를 채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라? 그런데 점점 조회수가 올라갔다. 연습 삼아 연재한 무협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받은 건 아니었지만 초보라면 하루 조회수 10도 어렵다는 웹소설 플랫폼에서 조회수 100을 기록하게 되었다. 선호작으로 선정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이때 나는 독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글씨기 연습으로 시작해 엉망진창인 소설을 읽어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하지만 조회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 후 8화부터는 한 번에 5000자를 쓰도록 노력했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한 번에 5000자는 거뜬히 쓸 수 있도록 연습했다. 9화, 10화까지는 조금 버겁던 것이 11화가 되면서부터 5000자는 쉽게 쓸 수 있었다.

처음 웹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내용을 먼저 생각해 놓고 그 내용에 따라 글을 썼다면 5000자가 거뜬히 써질 시점에는 머릿속에 떠오름과 동시에 키보드를 칠 수 있었다. 작곡가들이 악상이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악보를 그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연습용 웹소설은 16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멈추었다. 엉망진창인 웹소설을 읽어주신 구독자님들께 감사의 인사와 연재 중단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공지에 올린 후 나의 첫 무협소설은 조용히 사라졌다.


어떤 사람은 글쓰기 연습을 왜 그런 식으로 하냐라고 하지만 공부하는 법도 자신만의 방법이 있듯 웹소설로 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건 나만의 공부법이다. 조금 무식하게 쓰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사진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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