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메인 노출, 그리고 슬럼프
브런치에 입성하고 나서 블로그에 있던 글들을 하나씩 옮겨왔다. 맞춤법 검사도 하고 사진도 넣고 나름 정성을 쏟아 글을 발행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작가 같은 티도 좀 내고 싶고 나 글쟁이오 하듯 멋진 말들과 단어들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메인에 '상점 예절이 좋아'라는 글이 노출되었다. 구독자도 10명 남짓에 조회수도 10 언저리를 돌던 내 글이 몇천을 넘는 걸 보니 입에 귀어 걸려 내려오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어깨의 뽕도 하늘을 뚫고 올라가 버렸다. '나 글 잘 쓰는구나.' 라며 혼자 자만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노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자만할 일도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천재작가가 된 것처럼 까불었는지. 그 순간 블로그를 그만두었던 이유조차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웃수와 좋아요, 글의 노출에 혈안이 되어 내용에 집중하지 않았던 시간을 반성하며 접었던 건데 똑같은 실수를 이곳 브런치에서도 하고 있었다. 글이 노출된 이후로 늘어나는 구독자 수를 확인했고 새로고침을 누르며 조회수에도 집착했다. 글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기운을 빼고 있으니 당연히 좋은 글은 나오지 않았다. 좋은 글이라기보다는 허세 가득한 글만 써졌다는 게 더 솔직한 것 같다.
물론 글쓰기로 인해 떨어졌던 자존감을 되찾고 다시 삶을 살아가는 힘을 준 것은 분명했지만 그만큼 집착하게 되며 독이 되었던 것이다. 글이 아닌 조회수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역시 마음이 가난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마음의 여유가 많은 사람들은 글에서도 여유가 넘 칠 뿐 아니라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렇다 보니 글은 산으로 가고 글의 양도 질도 늘지 않았다. 한 에피소드를 쓰면 10줄도 채우기 힘들었다. 그전에 쓴 글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썼기에 작위적이지 않았고 멈춤 없이 한 번에 술술 써 내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의 글들은 멋지게만 쓰려다 보니 한 문장을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게 됐다. 그러다 보면 앞 문장과 연결도 되지 않고 글의 주제도 벗어나게 돼버린다.
원래 나는 글을 쓸 때 멈춤 없이 한 번에 쭉 내려쓴 후 어색하거나 잘못된 문장을 고쳤는데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는 계속 멈추게 되고 앞문장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러니 글이 잘 써질 리가 없었다. 작가의 서랍에 넣어 두었던 글을 고치고 또 고치고를 반복하다 결국엔 삭제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브런치 발행을 멈추었다. 어깨뽕이 치솟자마자 땅으로 꼬꾸라져 그대로 슬럼프가 왔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멈추거나 한 건 아니었다. 브런치라는 곳은 내게 특별했고 이곳에서는 좋은 글만을 발행하고 싶다는 마음에 슬럼프지만 슬럼프가 아닌 시간. 글쓰기를 훈련하는 시간을 가지고 돌아오고 싶었다. 그렇게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반이었다.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 브런치를 멈춘 동안 웹소설도 써보고 처음으로 공모전에도 참가했다. 당연히 둘 다 처참히 실패했지만 이전처럼 좌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좀 더 노력해서 다음에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글쓰기 연습을 이어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글도 더 많이 읽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나서 돌아온 브런치에서 이제는 맘 편히 글을 발행하게 되었다. 지금은 라이킷과 독자수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작가님들의 글들을 읽으며 행복한 브런치 생활을 하는 중이다. 내가 누군가의 글로 행복해하고 위로받았던 것처럼 언젠가는 나의 글을 읽고 누군가가 행복해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진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