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쓰기는 시보다 어려웠다
블로그를 멈춘 후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다녔다. 온전히 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
그때 인별에 팔로우되어있던 어느 작가님의 글쓰기 강연등에서 브런치라는 단어를 처음 봤다. 브런치? 너무 생소한 곳이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았다.
브런치. 작품이 되는 이야기.
작가 승인이 되어 글을 발행하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곳이었다.
작가라. 작가라는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블로그를 할 때까지만 해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신춘문예로 등단을 해야만 작가라고 불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절대 작가라고 불리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승인이 되면 작가가 될 수 있단다. 아직 볼품없는 내 글로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더 공부를 해야 할까? 여러 번의 고민 끝에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여러 블로그와 카페에서 브런치 작가! 될 수 있다!라는 글들을 대충 읽고는 일단 겁 없이 신청부터 했다. 그런데 처음 작가 신청을 할 때부터 난관이 찾아왔다. 내게 가장 큰 장애물은 목차였다. 블로그에 쓰고 싶을 때 대충 휘갈겨놓은 글들에 목차 따위는 없었다. 차차 변해가는 시어들만 느껴질 뿐 글의 짜임새라는 건 찾아볼 수가 없는 글이었다. 그래도 작가라는 멋진 단어 앞에서 저질러 보기로 했다. 대충 생각한 대로 목차를 적고 짧은 자기소개를 쓴 후 블로그 링크를 썼다. 그리고 클릭.
근데 나는 또 모르고 있었다. 작가 승인이 쉽지 않다는 걸. 좀 더 꼼꼼히 살펴봤어야 하는데 신청만 하면 바로 승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당연히 될 거라는 자만에 빠져있기도 했겠지. 하지만 결론은 탈락. 안타깝지만으로 시작하는 메일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보았다.
'고작 글쓰기 플랫폼 주제에 나를 기죽여?'
나는 내 글을 탓하기보다 냉정한 브런치를 원망했다. 그런데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학원을 옮긴 이후로 의욕이라고는 1도 없던 내가 시를 쓰면서 찾은 마음의 안정감에 더해 의욕이라는 것이 다시 샘솟고 있었다.
처음에 그렇게 바로 탈락을 하고도 아직 정신을 덜 차렸는지 두 번째도 탄탄한 구성을 짤 생각은 하지 않고 '아직 구상 중입니다'라고만 써서 제출했다. 당연히 탈락했지만. 오기와 의욕만 있었지 준비성은 제로였다.
'아 이곳은 내 글을 싫어하는구나, 나는 재능이 없는가.' 혼자 브런치에 대고 화를 냈다가 또 혼자 자책했다. 문제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말이다. 두 번의 어설픈 도전 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꼼꼼히 준비해 보기로 했다. 안 하면 그만이지라고 손을 놓았다가도 왠지 모르게 자꾸 끌리는 브런치 작가.
어느 블로거 님의 글을 보며 우선 블로그에서 연재 중이던 '올바른 자존심으로 살아가기'와 그동안 썼던 시들을 정리하고 목차를 구성했다. 그리고 자기소개란을 이전과 다르게 더 구체적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나의 포부를 정리해 적었다.
세 번째. 이번에 떨어지면 브런치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떨리는 마음으로 신청하기를 눌렀다. 그리고 3일 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브런치의 답장. 2021년 1월 처음 브런치에 입성하게 됐다.
나도 모르게 우와!라고 소리를 질렀고 바로 전 남자 친구 (현 남편)에게 연락해 기쁜 마음을 전했다. 나도 이제 브런치 작가라며 인별에 올려 자랑하기도 하고 여러 친구들의 축하도 받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브런치 작가만 되면 책도 내고 승승장구하는 작가가 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사진출처 :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