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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샘 Dec 03. 2023

블로그, 그 시작.

시를 쓰며 마음을 치유하기

글을 써보겠다고 남편에게 이야기한 후 첫 출발점을 찾기 위해 여러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메모장에만 끄적이며 핸드폰으로 글을 쓰다 보니 정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 무선키보드를 구입해 태블릿 굿노트에 조금씩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불편했고 글을 쓰는데 한계가 느껴졌다.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지만 나는 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쓰기 위한 전문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블로그였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 등을 찾아보며 그곳에서 마음의 불안함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배워본 적이 없었으니 시의 운율이라던가, 시를 써야 하는 방법조차도 몰랐기 때문에 시라고 하기에는 전문가들이 보았을 때 낙서나 다름없었지만 단어 안에 마음을 담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첫 시들의 시어는 대부분 어둠, 바닥, 내리막길이었다. 한 편의 시 안에 내 마음의 가난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금 와서 읽어보면 어후, 어떻게 이런 걸 썼나 싶을 정도의 글이다.

그래도 시 쓰기는 마음을 치유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엉망진창인 글이지만 한 편을 완성함으로써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생기고 시간이 좀 지나서 당시에 썼던 글을 읽어보면 그때의 마음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일기 같은 시, 시인들이 보기엔 엉망이지만 내 마음을 잘 표현한 나만의 시.

하지만 시로만 블로그를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매일 머리를 쥐어짜며 쓸 시간도 없었고 여유를 가지고 쓰기에도 마음이 뭔가 다급했다. 유명한 파워 블로거가 되는 게 꿈은 아니었지만 여기저기서 1일 1 포스팅을 해야 블로그가 산다 라는 말에 조급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보다 조금 더 유익한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다. 한참을 고민한 후 집에 쌓여 있는 책을 이용해 책 서평을 쓰기로 했다. 서평이라기보다는 독서감상문 정도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나마 책 읽는 걸 즐겼던 터라 추천하고 싶었던 책도 많았고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들도 있었다.

그렇게 도서 블로그를 이어오다 나는 블로그를 멈추었다.


어느 날부터 이웃수와 방문자 수, 좋아요 숫자에 신경 쓰는 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음의 치유를 위해 글을 쓰겠다고 선언해 놓고 글쓰기와는 상관없는 것들에 혈안이 된 모습을 자각하고 나니 갑자기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 놓지 않고 계속 운영을 하고, 이웃을 늘리고, 매일 1일 1 포스팅을 유지했다면 아마 지금쯤 도서분야 파워블로거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 소소히 용돈 정도도 벌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내겐 의미 없는 글쓰기일 뿐이었다.

블로그 이웃님들을 돌아보면 분명 좋은 글을 쓰는 분도 많았다. 어느 여성분이었는데 (이곳에 이름을 써도 될지 몰라 여성분이라 지칭하겠습니다.) 그분은 퇴사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올리셨다. 그분의 글을 보고 처음으로 글이란 이렇게 써야 하는 구나라는 걸 느꼈다. 여러 책을 읽으며 작가님들의 글에서도 물론 느꼈지만 일반인인 분 중에서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문장들에서 고급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랬다. 그분의 글은 일부러 어려운 단어로 멋을 내기 위해 쓴 글도 아니었고 편하게 읽히면서도 고급스러운 문장들. 그 글들을 보고 처음으로 내 글에 초라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연습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때부터였다. 스스로를 작게 생각하다가도 할 수 있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바뀌기 시작한 때가. 원래의 내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첫 번째 과정이었다. 내가 좋은 글을 써서 찾게 된 게 아니라 좋은 글을 읽음으로써 그 첫 계단을 밟은 것이다.

그분의 글을 읽고 난 후 썼던 시들은 시어들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어둠, 좌절, 바닥 등 부정적 시어에서 가족, 희망, 응원, 사랑 등 긍정적 시어로 바뀌어 갔다. 만약 시인이 되고자 했다면 무조건 희망적인 단어들만 가득 찬 시가 마냥 좋은 시는 아니겠지만 나의 마음을 채우기 위해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시어들이 희망적으로 바뀌었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특별한 일이었다.

그 후 모든 단어가 희망적인 단어로 바뀌고 난 후에야 흑과 백의 극단적인 시가 아니라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시가 쓰였다. 그렇다고 실력이 는 건 아니다. 아직도 시라기에는 부족한, 그저 아주 짧은 글 안에 꾹꾹 담은 마음일 뿐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시인이 되고 싶었다면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시에 대해 더 깊이 공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나만의 마음 치유법이었을 뿐이다.

치료의 첫 단계가 끝나갈 즈음 지금까지 시로 눌러쓴 마음들을 서술해 보기로 했다.




사진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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