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김남주—
사랑은 아마도
사람을 위해서
소신을 위해서
고통을 달게 받으며
자기희생의 대단함도
겸손의 품안에 녹여
가늠할 수 없는 깊이로
서서히 흐르고 흘러
불모의 땅, 황폐한 정신에
새 생명의 씨앗을 틔우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위대한 힘을 갖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