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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Oct 06. 2018

가을이 주는 선물

청명한 하늘, 서늘한 바람, 눈부신 햇살을 잘 버무려 만든 가을이 농익어간다.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는 시간 앞에  가능한 충분히 만끽하고 싶은 가을이기에 그림처럼 펼쳐진 풍경들을 눈 속 가득 넣으며, 그 의미를 곱씹어본다.

초록이 옅어진 이파리들은 나무의 비장함에  응수하듯 간간이 부는 바람에도 고개 숙여 끄덕인다. 위태로이 매달려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다 마침내 떨어지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들이지만, 더 큰 가치를 위해 몸 빛을 바꿔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단풍이기에 더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 이제 다채로운 모습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사라질 단풍들의 짧지만 강렬한 향연이 시작된다. 미의 절정에서 추락하는 낙엽의 황홀한 허무를 목도할 시간도 머지않았다.


가을은 풍성하고 튼실한 열매를 수확하는 기쁨, 온 천지를 물들이는 울긋불긋 찬란한 풍경들로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정작 내 마음을 흔드는 것은  풍요가 아닌  사라지는 생명에 대한 숙연함이다. 가장 건실하고 알찬 꿈을 만들어주고 말없이 돌아가는 가을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같아 처연하다.


가을은 기쁨과 슬픔, 결실과 허무, 풍요 속의 외로움을 간직하고 있기에 이율배반적이다.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모순처럼 아이러니한 계절, 삶의 깊은 철학을 함축하고 있는 가을이 주는 선물, 낙엽이 진정 아름다운 것은 푸르게 피어날 미래의 나무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고귀함 때문일 것이다. 소멸하는 모든 것들이 결코 무가치 하지 않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가을이 주는  선물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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