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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Jan 17. 2019

가장 친한 벗에게

어제는 악귀의 입김처럼 사방을 뿌옇게 메운 미세먼지가 해까지 가리는 것을 보았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낙진이 비처럼 흩날리는 폐허가 된 도시 같았어. 그 속을 걷고 있는 네 뒷 모습이 너무 쓸쓸하고 고독해 보였어. 왜 마스크를 하지 않았니?  알레르기로 괴로워하는 너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는데.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종종 걸음으로 바삐 가는 너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오늘은  바람이, 어지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더러운 이물질 덩어리를 강하게 몰아내니, 조금은 하늘이 제 빛을 드러냈지. 네가 하늘을 올려다 보니 나도 덜 우울한 것 같았어. 하지만 바람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네 가슴까지 떨게 만들었지. 격렬한 떨림이 나한테까지 전해졌으니까. 털외투를 강하게 여밀수록 머플러를 칭칭 감을수록 네 몸은 점점 작아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어. 아니 너는 자꾸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지. 구부정하게 굽은 등 뒤에 애처로이 매달린 배낭은 팔 쪽으로 자꾸 내려가는데, 네 손은 깊은 시름에 잠겨 주머니 속을 떠나지 않더군.


너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해 온 나지만, 어떤 때는 너를 잘 모르겠어. 너도 마찬가지겠지. 우린 가장 친하면서도 늘 싸우지. 너무 잘 알아서 불편한 거야.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게 있으니까. 가끔 네가 무모한 욕망에 사로 잡힐 때, 난 네가 상처 받는 것이 싫어서 네게 찬 물을 끼얹는 소릴 하지. 그럼  너는 사사건건 참견하지 말라며 나에게 불같이 화를 냈어. 그럴 때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너는 들으려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도 알거야. 내가 얼마나  진실하게 살고 싶어하는 지를, 그것이 결국  너를 위한 길이란 것을.

너도 나를 알기에 결국 나에게로 돌아 오잖아. 그러면 나도 너를 위로해 주고, 우린 하나가 되지. 내일 또 싸울지라도. 이 세상에 너하고 나, 가장 친한 벗이란 걸 잊은 적이 없어. 서로 만만하니깐  괴롭히고 또 아파하는 거야.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이것만은 꼭 지키자!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야. 이제껏 그래 왔던 것처럼. 내가 이렇게 겉으로 표현하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아. 그건 말이지, 요즘 힘들어 하는 너를 위해  이 말을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다 잘 될 거라고, 너는 강하니깐 어떤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으니, 힘 내라고! 너와 늘 함께  하는 내가 있음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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