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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Jan 09. 2021

차와 노트, 펜이 있는 곳

 


 무관용의 칙을 정한 듯 려드는 추위는 살기가 가득했다. 냉혹한 칼바람을 막기 위해 준비한 갑옷들, 두툼한 외투는 물론 동물이나 인조털로 만든 모자 목도리 장갑 등으로 완전히 무장했음에도 바람 강력하고 날카로운 무기에 대항하기가 버거웠다. 바람이 발사하는 냉기에 맞서 몸은 조금의 틈도 생기지 않게 서로 단단히 밀착했다. 힘을 많이  탓에 온몸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움직일 때마다 경직된 육체는 쇳덩이가 누르고 있는 것처럼 무겁고 둔탁했다.


 따스한 온기가 있는 곳이라면 당장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고난을 짊어지고 헤매는 이방인처럼 이곳저곳 기웃거릴 뿐이다. 추울수록 내부의 빛은 더욱 밝고 환했다. 빛은 자석처럼 마음을 끌어당겼다. 싸늘하고 창백한 마음에 감흥을  만큼 그윽하고 온화한 미소가 있다면 아마도 저 불빛 같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카페는 테이크 아웃만 되는데, 앉을 곳이 필요했다. 다음 업무를 보기까지 비는 시간을 추운 거리에서 헤매기 싫었다. 실크 스카프처럼 부드러운 빛이 흘러나오는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점주에게 혹시 잠시 쉴 수 있는지 물었다. 다른 카페와 달리 두 명손님를 마시고 있어서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남자는 잠시 머뭇하더 승낙했다. 작은 개인 카페라 융통성 있게 대처하나?  잠시 의아했지만 나로서는 그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무튼 추운데 다행이라 생각하고 거리두기로 몇 개만 허락된 자리 중 먼저 와 있던 두 사람과 멀찍이 떨어진 곳을 택해 앉았다.


무엇보다  따뜻해서 살 것 같았다. 춥지 않다면  따뜻함에 대한 열망도 가치도 깨닫지 못할 것이다. 애초에 모든 것은 결핍에서 비롯되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도구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듯 결핍 한 그럴 것이다.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왜곡된 삶이 될 수도 있을 테니.


훈훈한 카페에서 따끈한 차를 마시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었,  홀로 고독잠겨 마음을 끄적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며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떠난 임을 기다리듯, 다시 돌아올 평범한 일상을 기다린다. 되돌아보면  삶을 풍요롭게 만든 것은 특별함이 아닌 사소함이었다.


지금, 춥고 음울한 겨울의 터널지나는 어두운 시간, 차와 노트와 펜을 이고 나무처럼  있는 작은 테이블에서, 사소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글을 쓴다. 평소 누리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주어진 것들이 마땅히 것이 아님자각하며, 돌아올 일상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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