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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Jan 22. 2022

문제와 답


눈을 뜬다.

희끄무레 새벽빛이 벽과 창을 뚫고 이른 봄 고사리처럼 부드럽게 천장에 와닿는다. 아직 남아 있는 어둠 속에 스며들어 잿빛을 만들다 점점 흰빛으로 옅어진다. 밝은 빛에 희석돼 사라져 가는 한쪽 어둠을 응시한다. 무성한 수풀 속을 헤매다 깨는 날이 잦다. 눈을 뜨면  자리이다. 하나의 빛이 하나의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주변을 밝히면 습관 같은 일상이 시작된다. 간간이 서늘한 바람이 마음을 아리게 하지만, 그런대로 견딜 수 있다.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는 아쉬움은 마음 한편을 무겁게 누르며 만성병처럼 늘 그곳에 있다


그런 문제들은 평생을 따라다녔다. 이해할 듯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었고, 아리송한 채로 지나가거나, 풀지 못한 채로 제쳐두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르면, 어떤 문제를 푼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수학 문제처럼 명확하고 분명한 답이 있다면, 삶은 좀 더 편하고 쉬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종종 찾아오는 문제들이란 주로 정답이 없는 것이어서 답을 찾는 과정이 고단하고 힘들어 삶을 지치게 만든다.


삶의 덩어리에 과거의 시간들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해버린 탓인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 과거를 돌아보는 날들이 많아진다. 느닷없이 찾아온 문제로 답을 찾기 바빴던 열정의 시간들이 무성한 풀숲 어딘가에 무엇이 돼 있을 것이다.


눈을 뜬다.

제일 먼저 시선이 닿는 자리가 천장이다.  늘 보던 광경이 아니면 꿈일 것이다. 아직 눈을 감고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것이 아름다운 호수일 수도, 운석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모든 것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으니까.


이제 답을 찾으려 애쓰지 않는다. 과거를 돌아보면 답은 어디든지 있었다. 삶이 문제이고 사는 것이 답일 테니,  하나의 문제에 수많은 답이 있을 뿐이다.


눈을 뜬다.

풀숲을 헤치며 막 빠져나온 나의 문제들이 바람에 흩어진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어디쯤에서 못다 답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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