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마음속 깊이 칩거하던 유예된 감정들이 꿈틀댔다. 길을 걸으며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 뒹구는 이파리들을 보며 가까스로 참고 있던 어떤 슬픔들이 솟구쳐 올랐다.
나는 몰랐다. 내가 소리 없이 울고 있었던 걸.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박혀 있는 나무 의자에서, 길목을 지키다 허리가 구부려져 버린 나무들 사이에서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음의 끝은 차라리 개운했다. 또 하나의 가을을 그렇게 홀가분하게 떨쳐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