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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r 25. 2018

지그문트 프로이트의(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왜 모나리자를 사랑한 것일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 호기심이 생겼다. 프로이트는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대가이다. 특정 분야 전문가인 그가 15세기 그리스의 거장인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예술가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정신과 내면을 병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좀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의문이 보편적이라면 프로이트 또한 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글 서두에서 그는 말한다.


 ‘정신분석학은 빛나는 것을 어둡게 하고 숭고한 것을  끌어내리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위인들이 지닌 특성을 모두 찾아내 이해하는 일이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위대한 인물의 내면을 파헤치는 일은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그 인물과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일일 것이다. 많은 전기 작가들이 잘 알려진 사실을 중심으로 위인을 서술하고 훌륭한 업적을 부각시켰다면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의 예술작품과  일기, 행적 등에 숨겨진 그의 정신세계와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춰 그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책의 앞부분은 레오나르도의 위대한 작품들이 장식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모나리자의 미소’를 비롯하여 ‘성 안나와 성모자상’ ‘마돈나 리타’ 등 그의 그림은 유난히 모자상과 여인을 모델로 한 작품이 많다. 성스럽고 숭고하면서 세속의 고뇌가 느껴지는 그림들을 보면서 그 속에 감춰진 의미들이 궁금했다.  붓을 들고 있는 예술가의 내면은 어땠을까?  상상으로만 품었던 의문들을 프로이트가 밝혀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책을 읽어나갔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가 동시대인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했던 이유를 그의 독창적이고 선구자적인 행보에서 찾는다.

당시 교회의 권위가 고대의 가치들로 채워지고 이론적 학문만이 중시되던 시기에 인간의 시체를 해부하고, 날아다니는 기구를 제작하는 등 과학적 탐구에 몰두 그가  사회 통념 상  몹시 생경하고 기이했을 것이다.


프로이트가  레오나르도의 느린 작업 속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그의 완벽한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예술을 너무 위대하게 여겨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고,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으며, 극도의 집중력에도 불구하고 너무 진지해 결정 장애를 보였다. 그래서 ‘최후의 만찬’은 3년에 ‘모나리자의 미소’는 4년에 끝냈지만 후자의 그림은 미완성으로 결국 주문자에게 돌려주지도 않았다.


그는 드높은 이상과 내면의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그의 만족은 끝이 없었기에 미완성으로 남은 작품이 많았다.


레오나르도는 성욕을 무시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미소년에게 관심이 많아 제자를 뽑을 때 능력보다 외모를 보았다. 그가 제자와 함께 동성애로 고소된 후  무혐의로  풀려났다는 일화가 말해주듯 그의 성 정체성은 특별했다. 프로이트는 이처럼 다재다능한 천재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독특한 기질과 성향, 모호한 성 정체성, 기이한 행동의 원인을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가 정서 기능을 탐구 욕구에 종속시킨 채 통제하려 했는데, 감정에 동화되기보다  그것을 분석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지적 영역으로 변환시켰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그것은 내면에 억압된 욕망으로 자리 잡아 그의 작품 속에 또는 일상의 사소한 행동이나 실수로 드러났는데, 프로이트는 그것을 작품과 일기 속에서 찾아낸다.

  

과학논문을 쓰던 레오나르도는 독수리 비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자신이 요람에 있을 때 독수리가 옆으로 내려와 꼬리로 자신의 입을 열고 입술을 몇 차례 두드렸다.’고 묘사했다.  프로이트는 그의 ‘독수리 환상’은 훗날 그의 성격적 특성에 맞춰 변형되고 위장된 채 드러났다고 보았다. 독수리의 꼬리가 주는 의미를 통해 그의 성적 수동성을, 까마귀는 모성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그의 성 정체성을 밝힌다.


유년의 기억은 잠재된 채 레오나르도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는 사생아로 생후 몇 년을 친모와 함께 살다가 5살 때쯤 아버지 집으로 간다. 유아기 3~5년이란 기간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그래서 위대한 예술가는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가 없는 독수리의 자식으로  각인되었고, 자신과 어머니를 동일시하며, 소년들을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듯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책에서 프로이트는 레오나르도의 ‘독수리 환상’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는 레오나르도에게 독수리의 경험이 매우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추론하고 있다.

‘모나리자의 미소’뿐만 아니라 그의 작품 속 모든 여인들의 입술 주변에 그려 넣은 매혹적이고 신비한 미소, 굴곡을 이루며 가늘게 다문 입술 위 미소의 정체는 무엇일까?  프로이트는 독수리의 꼬리가 레오나르도의 입술을 건드린 것은 독수리로 상징되는 어머니가 어린 그에게 열정적으로 입을 맞춘 것을 그가 기억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어머니에 대한 결핍된 사랑이 무의식적으로 분출돼 그의 작품 속에 반영된 것이라 추측한다.


프로이트는 책을 통해 위대한 예술가의 정신세계가 작품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 기질적 특성과 성 정체성, 강박 성향, 여성적 수동성 등, 보이지 않는 내면의 욕망과 고뇌가 그의 삶의 궤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마치 꿈의 해석처럼 담담히 들려주고 있다.


프로이트는 천재적 인물의 업적과 행보를 찬양하고 존경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레오나르도의 정신과 내면 병적으로 몰고 간다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베일에 가려진 레오나르도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를 향한 프로이트의 깊은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 


프로이트의 해석이 600년 전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의 정신과 내면을 정확히 밝혀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비로운 작품을 바라보며 그를 상상하던 즐거움을 앗아가지도 않는다. 그저 위대한 인물을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도 우리처럼 상처받고 고뇌하며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에 멀리 있던 그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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