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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r 30. 2018

안소영이 풀어 쓴 (책만 보는 바보)

조선 선비 이덕무가 1761년에 쓴 「간서치전」을 작가 안소영이  아름다운 우리 말로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 놓았다. 이 책은 현학적이거나 화려한 수사적 표현보다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는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작품 속 인물의 따뜻한 인간애는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적 인물이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사실로 문짝을 짜고 상상의 창호지를 덧붙여 만든 문을 통해 옛사람과 소통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을 통해 옛사람과 만나는 일은 무척 경이롭다 ,


이덕무는 어릴 때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책을 향한 그의 사랑과 열정이 전해져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작은방에서 햇살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 모습, 빛을 받아 고물거리는 글자들 속에서 그가 상상하고 누렸을 감동과 깨달음이 마치 지척에서 전해지는 듯했다. 그에게 책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이며, 위안이 되고 용기를 주는 벗이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희망을 주는 평등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고단하고 궁핍한 생활에서 책 못지않게 활기와 힘을 준 것은 벗들이다. 세조 때 만든 원각사 10층 석탑을 그는 정겹게 ‘백탑’이라 불렀다. 벗들이 마련해 준 백탑 아래 그의 집은 그들과 나눈 추억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그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들의 우정과 깊은 연대감은 불공평한 세상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 그들에게 살아갈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

이덕무가 가족의 굶주림을 차마 보지 못해 그가 아끼는 <맹자> 한 질을 팔아 곡식을 마련하고 가슴 아파할 때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이 아끼는 <좌씨 춘추>를 팔아 술을 사 오게 한 유득공, 서자로 태어났지만 백성들의 삶을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연구했던 박제가, 그의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처남이자 벗이었던 백동수, 많은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교감을 이룬 이서구, 편견의 벽을 깨도록 촉구했던 그의 스승 연암 박지원과 과학적 사고로 우주의 원리를 깨우쳐준 담헌 홍대용 등은 이덕무의 일생에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이었다.

정조 때 이덕무와 벗들은 그 재능과 능력을 인정받아 규장각의 검서관으로 활약했다. 그들의 뛰어남을 알아 본 정조의 남다른 안목에 감탄하고, 불합리한 신분제도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들을 안타깝게 여겨 항상 가까이 두고자한  정조의 훌륭한 인격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세종이 있었기에 장영실이 빛을 발할 수 있었듯이 정조라는 성군이 있었기에 이덕무와 친구들은 서자지만 그들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덕무와 실학자들은 당시 구태의연하고 속 빈 강정처럼 실속 없이 허위와 타성에 젖어있던 사대부들을 향해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선구자는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모진 핍박과 음모, 질투 속에서 더욱 강해지고 빛을 발한다. 그들의 모습에서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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