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연인을 구하다. (콜로니아)

by 무지개 경

사랑의 힘이 느껴지는 영화였다. 사랑 앞에서는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 연인을 구하기 위해 지옥의 불구덩이로 뛰어든 한 여자의 이야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서 더욱 놀랍고 믿기 어려웠다. 엠마 왓슨이 레나 역을 맡았다.

레나는 비행기 승무원이다. 그의 연인 다니엘(다니엘 브릴)은 독일인이지만 칠레 사회주의 정권을 지지하는 정치운동을 벌인다. 그가 담당한 일은 아옌덴 대통령을 지지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레나와 다니엘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재회하여 달콤한 시간을 갖는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무척 애틋하고 정다웠다. 사랑을 나누고 장난을 치며 여느 연인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곧 헤어져야하는 시간이 안타깝기만 하다.

전화벨이 울린다. 영화에서 항상 그렇듯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한 참을 울리는데 받지 않는 다니엘, 레나는 왜 받지 않느냐고 묻는다. 다니엘은 아버지 생신 때문에 어머니가 하셨을 거라며, 자신과 아버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말한다. 잠시 후 전화를 받는 다니엘의 표정이 심각하다. 군사 쿠테타가 발생했으니 몸을 피하라는 내용이었다.

칠레는 1970년 아옌데의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지만 3년 만에 피노체트가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며 16년의 군부 독재정치가 행해졌다. 군부 비밀경찰은 반대 세력들을 비밀 장소로 데려가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이기도 하였는데, 당시 비밀기지로 사용된 곳은 독일에서 이민 온 파울 섀퍼라는 사이비 교주의 농장 콜로니아였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사람들을 폭행하고 죽이는 장면을 찍던 다니엘과 레나는 곧 발각되고 군인들에게 잡힌다. 레나는 풀려났지만, 다니엘은 사회주의 정권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레나는 연인이 사이비 종교 집단 콜로니아로 잡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없다. 그곳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곳, 탈출은 불가능하니 포기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기는커녕 스스로 그곳을 찾아 들어간다. 용기는 대단하지만, 사실 아무런 계획도 무기도 조력자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의 안위보다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고 강하다는 사실에 마음이 찡했다. 사랑은 어떤 두려움과 고통도 감수하고 극복하려는 용기와 힘을 준다는 것이 새삼 경이로웠다.

레나가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종일관 불안, 초조, 두려움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사이비 종교 집단 콜로니아는 겉으론 자급자족의 공동체 생활을 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곳으로 위장돼 있었다. 그러나 이곳은 교주가 신처럼 군림하고, 그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신도들이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노동착취와 학대를 받으며 비참하게 살고 있다. 교주는 여성을 혐오하며 소년아동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변태적이고 잔인한 인격 장애를 갖고 있다. 또 이곳에선 비밀경찰이 반체제 인사를 잔혹하게 고문하고, 독가스를 만들어 농장 사람들에게 시험하는 등 믿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곳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권력과 유착 관계에서 비호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나는 농장에서 강제노동을 하며 고단하고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한편 다니엘은 심한 고문으로 바보가 된 것처럼 행세하며 탈출할 기회를 노린다. 농장에서는 가끔 정부 관계자들이 왔을 때 남녀가 함께 그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마련하는데, 두 연인의 재회는 그날 극적으로 이뤄진다. 레나가 그곳에 간 뒤 130일 만의 만남이다. 그 후 그들은 지하 비밀 통로를 발견한다. 그곳은 다니엘이 갇혀 고문 받던 장소로 인체실험도 자행되었다. 실체를 알게 된 다니엘은 경악하며 사진을 찍어 세상에 알릴 결심을 한다.

그들의 탈출은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전기 철책으로 둘러싸인 담장, 삼엄한 감시, 사나운 개들의 포위망을 뚫고 밖으로 통하는 지하수로를 무사히 빠져 나왔지만 함께 온 임산부 우르젤은 보이지 않게 설치해 놓은 전기선에 감전돼 죽고 만다. 레나는 충격을 받지만, 그의 연인과 필사적으로 탈출한다. 독일 대사관으로 간 그들은 사진을 보여주며 파울섀퍼의 만행을 폭로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사관 직원까지 그 조직과 연결돼 있었다.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그들의 운명, 부패하고 잔혹한 권력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란 정작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133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되어 상공을 날아간다.

영화는 로맨스와 스릴, 역사적 사실, 인물이 겪은 실화까지 다양한 의미를 제공하며,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사랑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당시 칠레에서 발생했던 야만적이고 부패한 세력의 만행을 알리고 고발하는 역할도 하였다. 사랑의 이야기가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텐데 여주인공의 실감나는 연기와 스릴 넘치는 장면이 영화의 효용적 가치를 높여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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