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06 매천야록

by 무지개 경

'매천야록'은 조선시대 유학자 매천 황현이 (고종~ 순종) 47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서술한 책으로, 6권 7책으로 돼 있다.

이 시기 조선은 외세의 침략과 개화, 척사의 대립으로 나라가 분열되고 민심이 흉흉해 망국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황현은 어지러운 시대를 살면서 민족의 존망을 걱정하는 지식인의 눈으로 당대의 역사를 기록했다. 기록 중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관상감은 천문·지리를 맡아보던 관청인데 일명 서운관이라고도 한다. 고종의 잠저(임금이 되기 전 살던 집)가 바로 서운관자리다. 그래서 이곳을 운현궁이라고 부른다.


운현궁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사가이자 고종의 잠저로 고종이 임금이 된 후 궁궐에 필적할 만큼 확장하여 궁으로 불렀으나 일제 침략기를 거치면서 파괴되고 변형되어 그 원형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철종초에 장안에는 이 터에서 성인이 나온다는 동요가 떠돌았고, 운현궁에 왕기가 서려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고종이 장차 임금이 될 것이라고 예언한 인물이 있었다. 청도에 사는 관상쟁이 박유봉은 자신의 얼굴을 보고 한쪽 눈이 애꾸가 되면 귀하게 된다고 하여 결국 한쪽 눈을 찔렀다. 그는 임금이 어렸을 때 잠저로 찾아가서 주위를 물리치게 한 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임금이 되실 분입니다. 그러니 이 말을 누설치 마십시오.”

그의 말대로 고종은 임금이 되고 그는 출세를 하였다.

고종 나이 17세 때 궁인 이씨와의 사이에 완화군이 태어났다. 고종은 매우 기뻐하며 완화군을 원자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대원군은

“중전에게 경사가 생기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하면서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고종이 박유붕을 불러 완화군의 관상을 보게 했는데, 박유붕이 생각에 잠겨 머뭇거리다가 '원자 책봉을 조금 늦추시라'고 간했다. 그러자 임금은 노여워하며 박유붕이 운현궁의 사주를 받았다고 의심을 했다.


구례 사람 류제관은 무과에 급제하여 서울에 살면서 박유붕과 내왕하는 사이였다. 그가 하루는 박유붕의 집을 찾아갔더니 박유붕이 마침 뒹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아홉 개의 구멍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놀라서 물어보니 박유봉이 팔을 저으면서 대답도 못하다 얼마 뒤에 죽었다. 후에 사약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천은 이런 사실을 기록함으로써 후대에 무엇을 알리려 했을까? 관상쟁이는 자신이 귀하게 될 거라며 한쪽 눈을 찔렀지만 결과는 죽음이었다. 기회주의자는 단번에 출세를 하고 영달을 얻을 수도 있지만 언제든지 토사구팽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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