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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경 May 03. 2018

어떤 이별

빠른 속도로 달리던 너에게서 떨어져 나간 순간 나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순간 나는 기절을 했다.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얼마가 흘렀을까? 아니 내 계산으론 몇 초가 지난 것 같다. 몸이 제대로 작동하면 이까짓 계산쯤이야 식은 죽 먹긴데…,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몸이 자꾸 떨려왔다. 떨림이 너무 강해 몸이 부서질 지경이다.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커다란 물체의 굉음이 내 소리를 흡수해 버린다.

     

위험한 포식자들이 내 몸을 산산이 부셔버릴 것이다. 언젠가 포식자의 먹이가 된 작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가 119에 신고를 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부릅뜬 눈엔 광기가 번득인다. 속력을 내며 달려오는 그들을 빨간 불이 경고하지만 무력할 때가 종종 있다. 이성을 잃고 질주하는 들의 모습을 직접 내 몸에 저장해 두었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해 주고 싶다.

 

 꿈은 아니겠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의 품속에서 따뜻한 시간을 보냈는데,  나를 애무하던 너의 다정한 손길과 온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말이야. 내가 너에게 슬픈 사실을 전해준 것이 마음에 걸려. 하지만 다 너를 위해서였어.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기에, 나도 전하면서 마음이 무척 아팠거든.

     

사람들은 나를 감정도 없는 냉혈한으로 알고 있다. 그들에게 수많은 것들을 주는데도 나 때문에 눈이 나빠지네, 머리에 뭐가 생기네, 나에게 푹 빠져 헤어나질 못 하면 폐인이 된다며 온갖 원망과 탓을 하곤 했다. 난 그저 나의 일에 충실할 뿐인데 말이다.

     

갑자기 소음이 끊기고 울림도 없어졌다. 정신을 가다듬어 주위를 찬찬히 바라보니 회색바닥에 하얀 선들이 그어져 있는 딱딱한 길로 수많은 다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머! 이게 뭐야? 누가 이걸 떨어뜨렸지?”

 로즈 향내가 나는 보드랍고 하얀 손이 나를 잡았다.

 ‘이제 살았다!’ 안도의 한 숨이 흘러나오며 내 몸이 심하게 요동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귀에 익은 음성이 다급하게 나를 통과한다.

 “지금 받으시는 분은 누구세요? 제가 그것을 분실하고…”

 “네 제가 방금 주웠어요. 어떻게 전해드리면 되죠?”

 “아! 정말 감사합니다.”

     

 나를 사이에 두고 그들은 서로를 마주본다. 아깐 경황이 없어 자세히 바라보지 못했는데 여자는 긴 생머리를 하고 있다. 얼굴형은 둥글고, 눈은 작고 코도 아담하고 입은 좀 큰 편이다. 피부색은 약간 까무잡잡하다. 키는 160정도이다. 나는 고마운 마음에 그녀를 더 예쁘게 보정해주고 싶었다.

 “저 너무 고마워서 사례를 하고 싶은데…”

 “아니에요. 별로 힘든 것도 아니고,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

 ‘할 일을 했다?’ 그녀의 말이 나를 감동시켰다. 요즘 할 일을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럼 언제 시간되면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만…”

 “……”

 왜 내가 가슴이 두근거리지? 제발 대답하세요. 그때 내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이 전해졌다.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머! 내가 좋아하는 멘델스존의 봄노래네?”

 “아, 저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벨 소리로…,''

아이러니하게 내가 옛 애인의 이별을 통보했고, 현재 애인을 만나게 해준 셈인데, 그는 나의 고마움도 모르는지, 곧 나보다 성능이 좋은 겔럭시 나인으로 교체할 거란다. 뭐 핸드폰 2년의 숙명을 받아들여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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