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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 바다 Sep 27. 2023

상처와 치유

감정을 색깔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감정의 색깔로 인생을 채울 수 있다면 내 인생은 대부분 푸른색이거나 초록색일 것 같다. 참 감사하게도 크게 동요하는 일 없이 비교적 평온한 감정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왔다. 하지만 엄마의 마지막을 전후로 나의 감정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이어 검게 타버리듯 색깔을 잃어버렸다. 내가 나의 마지막을 맞아 인생을 돌아본다면 이 시기만이 유독 검붉게 타올라 모든 감정으로부터 단절된 시간으로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 시기를 보내다 보니 나의 마음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고, 사람들의 가벼운 말에도 쉽게 상처가 났으며, 도대체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마음에 각인되고 말았다. 가장 어려운 시기, 가볍게 스쳐간 말들,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무겁게 내 마음을 할퀴고 지나간 말들의 주인들은 조용히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다. 더 그 사람들에게서 이상 무언가를 기대하고 싶지도, 용서하고 싶지도 않다. 나중에 나에게 조금 더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금 펼쳐볼 수 있을까만은 지금 그 사람들은 내 마음속에 없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고, 내가 베풀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 반면에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따뜻한 위로를 만나기도 하고, 잔잔한 공감을 받기도 했다. 상처가 되는 말보다 훨씬 많은 응원과 위로를 받았기에 지금 이렇게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것 아닐까 한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엄마의 친구에게서, 그렇게 가깝다고 생각지 않았던 직장 동료에게서, 그리고 내가 아끼는 친구들에게서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해 들었다.      


내 인생의 동반자. 나의 남편은 내가 끝도 없이 소용돌이치는 감정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을 때 지독히도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가 묻는 질문에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답을 해주었다. 그런데 그 침묵이 말할 수 없이 고마웠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에 섣불리 손을 내밀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내 옆을 지켜준 조심스러운 남편에게 감사하다. 남편에게서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끝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아직도 정리가 되기는커녕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감정들로 인해 많이 당혹스럽고, 내 찢어진 마음에 다시 한번 상처를 낸 사람들이 원망스럽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묵묵히 나를 응원해 준 많은 사람들의 침묵보다는 상처를 내고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켜켜이 쌓여있지만 결국 치유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믿고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세상 사람들이 수많은 이별을 겪고도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침묵이 내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때 마음을 활짝 열고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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