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by 아무

오늘의 커피

오랜만이다. 오늘의 커피, 나를 위한 커피 내리는 이 시간.
원두를 갈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8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저 카누에 의지한 채 잠을 깨우기 위한 커피를 겨우 마시던 8월이 지나가고 있다.


부랴부랴 준비한 마음가짐이 별로였나, 뜸을 많이 들였나, 오늘의 커피는 맛이 별로다.
평소보다 원두를 더 힘차게 빠르게 갈았고, 뜸을 더 들였고, 평소보다 물의 양을 더 적게 했다. 그런데도 신맛이 물씬. 이유가 뭘까? 오랜만이라 감을 잃은 건가. 냉동실에 오래 보관되고 있는 원두의 신선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그런가.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실 때 피부로 와 닿는 뜨거운 열기가 좋다.

눈가와 볼 언저리를 따듯하게 만들어주는 그 바람. 핸드 드립으로 내리면 기계로 내린 것보다 뜨겁지 않아서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내게 적당한 온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맺히는 수증기와 뜨거운 바람이 좋아 후후 불게 된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오감으로 마시는 나라는 사람. 감각에 깨어있는 나라는 사람. 이런 감각으로 세상 살기 참 피곤하겠다. 적당히 생각하고 적당히 느껴도 되는데

물을 1.5배 정도 더 부으니 그나마 맛과 향이 부드러워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의 커피는 향이 많이 느껴지지 않네. 확실히 나의 컨디션이 많이 망가졌다. 이번 봄과 여름을 보내는 동안.

흰머리도 늘고, 감각도 무뎌지고.
나이 드는 자연스러운 모습인가.
새치는 그렇다 쳐도
감을 되찾을 순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