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빠를 질질 끌고 출근하던 계절이 끝나간다. 지난 주말 밤부터 느껴지던 찬 공기는 이제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모두가 긴팔의 옷을 입고 다닌다. 원피스를 훌러덩 뒤집어쓰고 양말이나 스타킹 따위 없이 슬렁슬렁 샌들을 신으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외출 준비하는 시간이 조금 더 늘었다. 양말도 스카프도 겉옷도, 모두 한 두 꺼플씩 더 챙겨야 한다.
전기포트의 사용빈도가 늘었다.
여름날 모닝커피를 내릴 때에만 사용하던 것을 이제는 물 마시고 싶은 매 순간 버튼을 누른다. 올여름 유난히도 차가운 음료를 많이 마셨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아직 8월이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따뜻한 물 마시기를 시작했다.
테라플루의 계절이 왔다.
봄가을 나를 지켜주는 씁쓸한 레몬차. 한 잔에 천 원꼴 시큼한 따뜻한 물 한잔이 마법을 부리듯 콧물과 몸살기를 없애준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약빨 덕분에 잠시 동안 멀쩡한 상태의 내가 된다. 조만간 동대문에 들러야겠다.
찬 바람에 눈이 시큰시큰한 계절이 오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의 새 소식에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느낀다. 우리가 함께 보냈던 그 시간들이 계절의 저쪽으로 그렇게 사라져 간다. 여름 내내 즐겨 입던 펄럭이는 이 얇은 바지도 이제 옷장 속으로 집어넣어야겠다. 나도 슬슬 새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감기에 걸려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 말고 나 스스로 조금 더 예민하게 시간의 흐름을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