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홈 커피
작년 말 지인에게서 선물 받은 브라질 원두를 탈탈 털고, 한 달 전 선물 받은 블렌딩 원두 반 스푼을 더하여 오늘의 커피를 내렸다. 최근 한 달 동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거의 매일 사 마셨으니 약 한 달 만에 내가 준비하고 마시는 따듯한 커피이다. 이조차도 사치로 느껴질 만큼 업무의 무게로 나를 달달 볶고 있었지만 그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 나를 힘겹게 하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힘든 관계를 정리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되새겨보니 분명한 의사를 전달하지 못했던 나의 탓이었다. 우유부단한 나의 태도는 너를 위한 배려였을 뿐,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는데. 굳이 나를 힘들게 몰아가면서까지 너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다. 일단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 숨 좀 쉬자.
문제 상황의 원인이 내게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고 내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함께 하기 위해 참고 또 참았지만 참는 게 능사는 아니었다. 다른 화산이 또 폭발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은 스스로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커피는 정신을 바짝 깨우려고 그동안 마셨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다르다. 내 마음을 채우는 시간. 이 커피를 다 마시고나면 한결 가벼워진 내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