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물들다

by 아무

물들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라 내 맘대로 하는 가장 즐거운 일은 밤 11시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1,600원짜리 진짬뽕 한 개를 사와 끓여 먹는 일이다. 시원 섭섭+후련한 누군가와 헤어지고 씁쓸한 무게를 컵라면에 담아 후루룩 마신 다음 날 아침, 속이 쓰려 한 걸음 걷고 한 걸음 배를 부여잡고 어정쩡한 상태를 맞이했다.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다가 급기야 커피를 3잔, 정확히는 2.5잔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두근거리지 않고, 잠도 잘 자는 일이 벌어졌다.

커피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더이상 커피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몸이 되어버렸다. 어쩌나, 내 몸의 기운을 헤치는 것들엔 덜 반응하고 싶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는 날에 더 예민하고 조급한 상태를 맞이했다. 세상 기운에 깨어있는 맑은 사람이고 싶었는데 속세에 찌들었구나.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지금의 내가 불편하다. 흐르는 대로 살려 했지만 내 의지와 마음이 반영되지 않으니 무엇을 하든 만족보다는 불만이 커진다. 본성의 문제일까.

어렵다. 머릿속이 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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