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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Sep 14. 2017

총균쇠 함께 읽기

2부 식량 생산의 기원과 문명의 교차로


04 식량 생산의 기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얼마 되지 않는 동물종과 식물종들만 선택하여 키움으로써 그것들이 일정한 넓이의 땅에서 전체 생물자원의 0.1%가 아니라 90%를 차지하게 한다면 단위면적당 얻을 수 있는 식품 열량은 훨씬 더 많아진다. (...) 이 같은 숫자의 힘은 바로 식량을 생산하는 부족이 수렵 채집민 부족에 비해 유리했던 여러 가지 군사적 이점 중에서 첫 번째로 꼽을 만했다. (121)

수렵 채집민의 어머니가 야영지를 옮길 때는 몇 가지 소지품과 함께 단 한 명의 아이만을 옮길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먼저 태어난 아이가 뒤처지지 않고 부족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걸음이 빨라질 때 까지는 다음 아이는 낳을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유랑 생활을 하는 수렵 채집민들은 수유기의 무월경, 금욕, 유아 살해, 낙태 등을 통하여 4년 정도의 터울을 유지한다. (...) 농경민족의 산아 간격은 약 2년으로, 수렵 채집민의 절반에 불과하다. 직접적으로 식량 생산을 하는 농경민족들은 출산율이 높고 단위면적 당 더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수렵 채집민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 (123)

중간 규모의 농업 사회는 흔히 추장 사회로 조직되고 왕국들은 대규모 농업 사회에 국한된다. (124)

정복 전쟁에서 말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가축화된 동물과 더불어 인간 사회에서 진화한 병원균이었다.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등의 전염병들은 원래 동물들에게 퍼져 있던 매우 유사한 조상 병원균에서 나온 것인데, 각각 돌연변이를 거쳐 인간의 병원균으로 특수화되었다. 동물을 가축화한 사람들은 새로 진화한 병원균에 제일 먼저 희생되었지만 사람들은 곧 새로운 질병에 대하여 상당한 저항력을 진화시켰다. 그렇게 부분적으로나마 면역성을 지닌 사람들이 일찍이 그 병원균에 노출된 적이 없었던 사람들과 접촉하게 되면 당장에 유행병이 돌기 시작하여 심한 경우 전체 인구의 99%까지 몰살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가축화된 동물에게서 얻은 병원균들은 나중에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평양의 여러 섬 등지의 원주민들을 정복할 때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127)

(아시아-태평양의 길목에 있고, 대규모 농업을 할 수 없는 비교적 작은 지형을 가진 우리나라. 세계사에 기록될만한 굵직한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없는 것은 위와 같은 현상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평야는 고작 호남평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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