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커피일기

[일상] 오늘의 커피

by 아무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해는 이미 중천까지 떠올랐고 후끈한 열기를 내뿜고 있다. 내게는 집, 정확히 말하자면 거실 한 가운데 탁자와 앉은뱅이 의자 앞이 가장 소중하고 편안한 공간이었는데 언제인가부터 더는 편안하기만 한 공간이 아니다.
카페에 터를 잡고 한나절 보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아니다. 하늘 아래 이 몸뚱이 편안한 공간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동질감, 그런 공통점을 가진 채 인사 따위 나누진 않지만 같은 공간에서 동지애를 느끼며 서로 다른 볼일을 본다.
언제까지 도망치듯 떠돌이 생활을 해야 할까. 작지만 따듯한, 그리고 시원하고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내 집, 내 집 마련은 언제쯤 할 수 있을까. 쉼 없이 일해왔지만, 그 끝은 어디일까. 오늘도 대답 없는 질문들로 머릿속을 채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벌써 점심시간.
배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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