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을 잃어버렸다.
있다가도 없어지고, 어디에나 굴러다니는 모나미 같은 흔한 그런 볼펜이 아니라, 거의 10년 동안 나와 함께 해온 지브라 샤프 겸용 4색 볼펜이 없어졌다. 늘 가방 속에 굴러다니며 든든하게 나를 지켜줬는데 손글씨가 필요한 어느 날 가방 속 여기저기를 뒤적이다가 없어진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이번 달은 사건과 사고가 잦아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그 녀석과는 2009년에 만났지만, 중간에 한 번 잃어버렸다가 다시 샀으니 8~9년쯤은 되었을 거다. 그거 하나만 있으면 다른 볼펜 따윈 필요 없어서 리필심을 몇 개나 썼는지 모른다. 임용고시 공부도 그걸로 했었고.
흔하디흔한 볼펜이지만 오랜 시간 함께해왔기에 빈자리가 크다. 무엇이 너를 대신할 수 있을까. 샤프도 되고 4색 볼펜도 되고 내 체취가 가득 담긴 나의 추억을 함께한 너와 헤어지게 되다니.
너는 훌륭한 볼펜이었다.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부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