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의 커피

by 아무

오랜만에 커피를 내렸다.
아니, 아침식사를 하고 오뎅국을 끓인 후 설거지를 하고 냉장고 속 야채와 과일을 꺼내놓고, 남아있는 오래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고, 선물 받은 마카롱을 꺼냈다. 평소와 다른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꼭 평소처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없지만 꼭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으니까.


붕 떠 있고 불완전한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과 교류를 시작하려고 수면 위로 고개를 빼꼼 내미면서 마주치는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섭지만, 처음이라 그렇지 별거 아닐 텐데. 옛날에도 남들처럼 이렇게 살았는데 새삼 어린 시절의 내가 대견하다.

무언가 해결된 듯 해결되지 않은 하루가 쌓여간다. 해결될 듯 안될 듯 배배 꼬여있는 나날이 답답해서 도망가고 싶은데 회피해봤자 해결되는 건 없다는 것도 알기에 무한 쳇바퀴를 그저 돌고 있다. 지금 이 감정을 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덜 지치기 위해 맛있는 커피를 내렸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설거지를 했고, 다음 먹을거리를 준비했다. 어떻게든 흘러가는 나의 인생, 우리의 삶에 소소한 반짝거림은 내가 만드는 거니까. 오늘 아침도 작은 반짝임을 마련했으니 남은 하루도 잘 버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