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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Feb 25. 2019

[읽다] 중력 (2019)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일기

[완독 2019-11 / 소설. 한국소설] 중력. 권기태. 다산책방. (2019)

중력은 나침반 같기도 해서 그게 있어야 뿌리와 줄기가 자랄 방향을 안다. 하지만 중력이 없으면? 식물은 어떻게 방향을 알까? 모세포가 방향을 잡고 거듭거듭 나눠져야지 딸세포가 자라난다. 하지만 중력이 없어도 그 속의 염색체와 DNA가 무사히 나눠질까? (15)

‘중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공고에 지원한 사람들의 선발 과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누군가는 선발되고 누군가는 떨어진다. 일인자가 살아남는 건지 최후에 남아있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인지,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최초의 우주인이 선발된 적이 있다. 이소연과 고산.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우주를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린 시절 공상 소설 같던 우주인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곳이나 그곳이나 사람 사는 곳 이면의 세력다툼은 골치가 아팠고, 현실에서도 그런 걸 잘 못 하는 나는 소설 읽기도 힘들었다. 책을 술술 읽지 못하는 요즘이지만, 중력을 읽는 동안은 후루룩 읽을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허구인지, 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몰입해서 읽다 보니 꿈을 향해서 끝까지 도전해본 이진우라는 사람이 느껴졌다. 따듯하고 아름다운 사람. 우주인이 되기 위한 힘든 준비 과정을 거치며 서로 감싸거나 부딪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2년 전 정권이 교체되면서부터 정치와 경제, 사회 분야의 의미 있는 책이 종종 나오고 있다. 소설에서도 그런 뜻을 담은 책을 만난 것 같아 뭉클했다. 어서 빨리 제2의 이소연이 나오기를.

우주인도 우주인이지만 박사과정 자체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일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손에 잡은 것을 놓치지 말자고요. 꼭 이런 날을 내다본 누군가가 저더러 쓰라고 시킨 것 같은 글이었습니다. 방송사에서 리허설할 때 든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큰 무대로 가야 큰 사람이 된다는 생각, 큰 무대에서 큰 배역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 말입니다. (401)

태양의 그 모든 불꽃을 뭉쳐서 둥근 공으로 빛나게 하는 힘이 바로 중력이다. 태양처럼 행성들을 데리고 홀로 사는 별도 있지만 별 두 개나 세 개가 중력으로 묶여서 쌍둥이나 남매들처럼 사는 경우도 있다. 서로 늘 힘을 미치면서. 이 모두에게는 중력이 삶의 조건이고 운명이다. 별들이 생겨나고 자라나고 무너지는 생로병사를 중력이 다 맡아서 다투는 것이다.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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