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커피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 채 벌써 2020년 새해를 맞이한 지도 5일이나 지났다. 5일 전과 지금 별 다를 바 없는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별다른 것 없는 일상이 감사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몇 년 전까지 나는 포기를 모르는, 도전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뭐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크든 작든 결과물을 성취할 수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땐 어렸고, 뭘 몰랐고,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거란 걸 지금은 알고 있다. 열심히 한 만큼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운을 가진 거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요즘 나는 새로운 도전 자체가 두렵다. 나이 들수록, 업무 체계가 또렷해질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할 테지. 당장 해야만 하는 것들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기 귀찮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인간관계도 성가시다. 한해 한해 해가 바뀔수록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의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기대하다가 실망하고, 그러다 보니 더 바라지도, 기대하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다 보면 적당히 관계가 느슨해진다. 새 인맥을 찾게 되고 또 멀어지고를 반복하다 보니 그 행위 자체에 의미를 찾지 않고 지금 이대로를 지키는 정도만 노력하고 있다. 인간관계든 뭐든 그저 유지하기에 전전긍긍하다 보니, 나를 억누르고 책임과 의무만 앞세우는 건지, 이게 나의 진짜 모습인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2019년 연말은 유독 그런 정신없음의 소용돌이 중심에 서서 흔들리고 흔들렸다.
힘들고 추잡했던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싶지 않던 적이 있었다. 까맣게 잊고 새 출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도 내 지난날의 일부일 뿐, 나를 부정할 순 없다는 것, 그때도 나고 지금도 나라는 것도 알아가고 있다. 거의 10년 동안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다면 이번 10년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아가고 싶다. 그것이 인간관계인지, 성공인지, 돈인지, 사랑인지 아직은 무언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는 구렁텅이를 헤집고 나가다 보면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
당신의 편안한 천국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어디서 본 글귀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얼마 전 저 글을 보면서 명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가진 걸 지키기 위해 새로운 모든 것을 거부하던 찌질한 내가 보였다. 2020년을 맞이하는 바람은 그 와중에 나를 찾아가는 것,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 중심을 지키는 것, 그게 일 순위 목표이다. 해가 바뀐다고 없던 철이 갑자기 생기거나, 행운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없겠지만 일단 도전. 구질구질하고 처절하게, 때로는 최선을 다하며 마음먹은 대로 살 수 있었던 청춘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갑자기 새로운 도전을 실행하기엔 두려움이 많아진 요즘이지만, 적어도 지금 어디를 왜 가고 있는지 정도는 알면서 가야겠다. 흐르는 대로 몸을 맡겼다면, 이제는 헤엄을 쳐서 가야 할 방향 정도는 내가 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