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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Oct 22. 2017

피자집 사장님, 안녕하세요?

초보 자영업자의 세상 읽기


집 앞 상가에 있는 피자집이 며칠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추석 연휴부터 쭉 불이 꺼져있으니 벌써 열흘 째. 하루 이틀째엔 추석 연휴를 길게 갖고 계시나, 자영업 하시는 사장님 책임감이 별로인가 생각했는데 추석 연휴를 포함하여 20일 이상 지속되는 걸 보니 무슨 큰일이 생긴 건 아닌지, 그동안 영업이 어려웠나 걱정이 된다. 그러고 보니 이 상가에는 빈 집이 많다. 옷 가게도 생겼다 없어진 게 두 번, 병원과 약국도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약 20여 개의 상가 자리 중 10여 개가 운영되고 있고 나머지는 빈집이다. 이유를 알 수 있는 빈집을 마주하면 좀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가고 싶지 않기도 하고.

얼마 전 예전에 살았던 동네를 우연히 지나온 일이 있었다. 5년 전에 새로 짓고 입주를 시작한 아파트와 상가 앞을 지나왔는데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대형 슈퍼 하나만 입주한 채 텅텅 비어있던 그 상가는 이제 현수막과 전단지가 건물 전체를 빽빽하게 뒤덮고 있었다. 어릴 땐 이런 정신없음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자영업자들이(다들) 열심히 사는 모습, 애씀이 보인다. 오지랖이지만 활기찬(?) 상가는 생기를 전해 준다. 이 상가와 상관없는 나에게도.

우리 상가에도 활기참이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1~2년 전엔 그나마 2/3 정도가 차 있었다. 상가 계약은 대부분 2년마다 이루어지니까 재계약 시점에서 무언가 틀어졌음이 분명하다.
상가 주인이 세를 올렸거나,
사업 아이템의 선정에서 잘못되었거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거나,

우리 상가에는 대부분의 아파트 상권에서 보이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없다. 영어, 피아노, 태권도, 미술학원, 세탁소, 부동산과 마트, 미용실과 네일숍, 정육점 하나와 커피숍. 이런 필수 가게들만 있을 뿐이다. 이제 입주 4년 차라 새 아파트 입주 물갈이(?)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텅 비어있는 상가는 흉흉하게 느껴진다.

소문에 의하면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문제는 보통 입주 2~3년 정도면 어느 정도 협상이 이루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조그마한 상가 하나를 두고 누가 얼마의 이익을 더 취하려고 마음보를 허투루 쓰고 있는지, 있는 사람들이 더한 건가. 텅텅 비어있는 상가는 상가 주인과 조합과 관계된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텐데.

비어있는 상가, 비활성화된 상가는 아파트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언제까지 우리 상가는 이렇게 텅텅 비어있어야만 할까?
우리 상가도 꽉 차서 활기차게 돌아가는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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