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뷔인가? 2월 말 교육부의 휴원 권고로 영업장 문을 닫은 지 40여 일 만에 다시 열었는데, 8월 말 집합 금지 행정명령에 따라 또다시 문을 닫게 되었다. 당장 먹고 살 길이 깝깝하지만, 그때처럼 원통하거나 두렵진 않다. 이불 빨래를 하고, 신문을 좀 더 느긋하게 보고, 책도 읽고 절임음식을 만들고, 밤늦게까지 예능 TV 프로그램도 보고, 늦잠도 자면서 백수생활을 나름 알차게 만끽하는 중이다. 당분간은 도서관도 휴관이라 휴관 전 빌려놓은 책도 반납일에 쫓기지 않고 볼 수 있고, 지난주에 사 온 원두도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이런저런 일로 시간을 때우다가 방 한구석에 쌓여있던 상자를 열어보았다. 몇 년 전 사용하던 수첩, 커피 도장 쿠폰, 홍차 티백, 볼펜 등이 담겨있었다. 낯선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다 보니 방안 전체가 잡다한 살림살이로 난장판이 되었다. 언젠가 선물 받았지만 박스도 뜯지 않은 머그컵 세트도 나왔고, 몇 년 전 구매한 핸드폰 케이스의 포장 박스도 나왔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그때그때 처리하지 않고 쌓아두느라 의미 없는 물건들로 방이 가득 차있었다. 버릴 것과 보관할 것으로 구분하여 쓰레기를 골라냈다.
당장 먹고사는 일을 할 수 없을 뿐, 집 안에도 할 일이 천지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을 준비를 하고 있다. 농부는 가을철 김장을 위한 배추씨를 뿌리고, 문을 닫은 영업장은 공사나 수리 등 재단장을 준비한다. 학원가는 온라인 수업을 연구 중이고, 식음료 사업장은 포장과 배달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모두 각자 처한 환경에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