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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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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Nov 18. 2020

오늘의 커피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커피가 끌리는 건 참새가 방앗간 앞에 많은 것과 같은 이유다. 감기 걸렸을 때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술 마신 다음날 아침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이유. 요즘은 방앗간이 없으니 참새를 보기가 쉽지 않으니 ‘참새 방앗간같은 비유도  사용하지 않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니까 옛날 관용구가 땡긴다.


날씨 덕분에 한껏 가라앉은 오늘 아침, 얼마 전 생긴 카페에 다녀왔다. 동네에 이미 카페가 많은데도 계속 새로운 곳이 생긴다. 다들 어떻게 살아남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우중충한 동네 골목길이 깨끗하고 예뻐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한번 선택한 걸 오래도록 사용하길 고집하는 성격 덕에 새로 생긴 카페가 많지만, 지나다니며 구경만 할 뿐, 단골집을 찾곤 하는데, 오늘은 멀리까지 나갈 기력이 없어 지나가는 길 바로 앞에 있는 이곳에 찾았다. 평소 같았다면 따듯한 아메리카노로 처음 찾는 이곳의 원두 상태와 커피 맛을 검증했겠지만, 오늘은 몸이 좋지 않아서 아이스로, 게다가 우유도 섞인 녀석으로 골랐다. 금액도 보통 인테리어도 보통, 그중에서 음악이 눈에 띄었다. 한편에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장식용인지 실제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날씨와 잘 어울리는 재즈 소리가 참 좋았다.


재즈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취향은 있다. 내 귀에 듣기 좋은 소리가 좋은 음악일 테지. 유튜브를 탐험하다 보면 재즈 모음곡이 참 많은데, 딱히 손에 꼽을 만큼 좋은 곡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배경 지식이 없으니 좋은 곡을 고르는 기준도 없는 것일 테지. 20여 년 전, 대림미술관 재즈 콘서트 같은 곳에서 연주하는 재즈는 전부 좋았었는데. 그때 그 기억이 좋았던 건, 음악 때문일까, 추억 덕분일까.


컨디션이 좋을 때 이 곳에 한 번 더 와야겠다. 다음번엔 따끈한 아메리카노와 스콘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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