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타인 마음 헤아리기
2023.4. 마지막 주말
“남편이 또 데리러 오나요?”
인사동찻집이었다. 오후 1시가 넘어가니 사람들이 몰려서 들어온다. 6명 단체손님이 옆 테이블에 들어왔다. 나는 창가 풍경이 잘 보이는 자리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터라, 자리를 이동할 생각이 없었다. 덕분에 그 분들의 대화를 가까이서 친근하게 듣게 되었다.
질문을 받은 분이 대답한다.
”아니요. 지하철타고 가야지요. 다들 안국역 가시죠?“
“반대편이긴 한데.”
“그래도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면 되지요.”
“그게 낙인 분이실 수도 있잖아. 데리러 오라 해~”
그 분이 대답했다.
“그게 낙이 사람이 어디있어요? 데러다주고 들어갔는데, 다시 나오라고 하면 귀찮죠. 나라도 귀찮겠어요.“
그러다 그 분들은 다시 자리를 옮겼다. 허리가 불편한 분이 계셨느데, 좌식좌석이 불편해서 였다.
마침 4월 심학원 스터디 주제가 ‘마음헤아리기’였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필요했다.
2023년 올해 전까지는 남편이 데리러 오는 일이 참 많았다. 몇몇 장면이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운전을 시작한지가 불과 몇년되지 않았다. 그 동안은 남편이 신경을 많이 써줬다.
2008년부터 2022년까지니까 약 14년간이다. 운전면허는 있었지만, 장롱면허였다. 남편덕분에 운전연습을 하고 차를 몰기 시작했다.
- 연애시절 편도 1시간 30분 넘는 거리를 데러다주던 장면
- 결혼 후 출근(그땐 같은 회사긴 했다)
- 친정오가기
- 모임있을 때
- 특히 서울 수업 있을 때, 기차역이나 고속버스 내릴 때 등등
그때는 당연한 줄 알았다. 난 참 정신화가 잘 안되는 사람이었더랬다. 돌이켜보니 그렇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상대를 이해하게 되는 면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더 무거워지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후회 되기도 한다. 이런 부분이 그렇다. 나도 참 그랬네.
인사동찻집에서 옆 테이블에 있던 그 분의 목소리가 다음에도 생각날거 같다.
기꺼이 해준 거였지.
좋아서 해준건 아니였을거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온전히 즐거운 일이겠는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나도 딸램의 학교시간 데리러 갈때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 딸이 피곤할까봐 힘들까봐 데리러 가는데,
온전히 즐겁진 않았다.
사실 귀찮았고,
하기 싫었는데, 해야할거 같았고
내가 선택해서 데리러 가는데도 짜증날 때도 있었다.
다행이 이제는 운전에 적응이 되어서 남편이 데리러 올 일은 없다.
회식자리는 없는 직업이니, 밤에 데리러 올 일도 없다.
지난 14년 귀찮음을 무릎쓰고
돌봐준 남편님께 감사한 마음을 글로 남겨놓아야 할거 같아서 키보드를 꺼내서 적어둔다.
-인사동찻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