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일곱가지 유형
2023.9.6 수
"선생님,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그래서 상담공부 시작했는데. 이제는 살만해요. 숨이 쉬어져."
점심시간이 끝난 후였다. 각자 오후 상담을 준비했다.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들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각자 배우자와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선생님은 오십대셨다. 삼사십대에는 이야기를 안들어주더니, 오십대가 되자 대화가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마침 선생님이 상담 공부를 시작하기도 하셨다. 남편은 내담자로 생각하고 질문을 했다고 한다. 갑자기 어느 순간 눈물을 왈칵 쏟으셨다고.
한 선생님은 사십대였다. 아이들 키울 때, 필요한 순간에는 없더니 이제야 둘이서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그 선생님 부부는 유머코드가 맞다고 했다. 남편이 이야기하면 그렇게 재미있다고. 요즘에는 두 분이서 외식하고 도란도란 대화나누며 돌아오는 시간이 좋다고 했다.
우리는 어디즈음 있나. 문득 두 아이가 떠올랐다. 남편은 틈만나면 이야기한다. 나와 너 사이의 연결고리는 아이들이라고 말이다. 이런 내용들이 정리된 책들이 있나. 책장을 둘러봤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청소년교육학과에 다닐 때 송대영 교수님 수업이 좋았었다. 그 분이 퇴직하신다길래, 관심가지는 몇 몇 교재를 사두었다. 그 중 '인간관계론'이 있었다. 수업은 얼마나 유익했을까.
1부는 삶과 인간관계,
2부는 인간관계에서 심리적 요인,
3부는 인간관계에서 집단과정
4부는 인간관계의 장,
5부는 인간관계 개선을 다루고 있다.
사랑은 4부 인간관계의 장 중 친구관계, 이성관계, 가족관계, 직장내 관계 중 이성관계 세부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스턴버그는 사랑에는 세 가지 구성요소(친밀감, 열정, 헌신) 가 있고 이들의 관계에 의해 사랑의 유형이 결정된다고 하는 이론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첫번째, 호감(liking)이다.
친밀감의 요소만 있을 때 느끼는 사랑이다. 친구관계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가까움, 따뜻함 등을 느낄 수 있는 관계이다. 흥미 등이 비슷해서 호감을 느끼고 가까워져서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믿음을 갖게 되는 우정적 사랑이다. 처음에는 친구처럼 지내다가 결혼하는 경우에 속한다.
-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통 대화 등이 줄어들게 되면 서로 지지하는 마음이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두번째, 도취성 사랑(infatuated love)이다.
첫눈에 반한 경우가 이 사랑에 속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이상화시켜서 보는 사랑이다.
- 상대에 대한 사랑이 진정한 관심이라기 보다 자신의 욕구가 투사된 것이다.
- 상대를 이상화시켜 보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자신을 비하하기 쉬워진다.
- 둘 다 상대에게 이런 사랑에 빠진 경우, 두 사람은 둘만의 세계로 집착하게 될 수도 있다.
세번째, 공허한 사랑(empty love)이다.
친밀성, 열정은 없고 상대를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헌신하는 의무에서 생겨난 사랑이다.
서로에 대한 감정적 몰입이나 육체적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관계에서 가끔 발견되는 유형의 사랑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매력을 느꼈지만 대채로 시간이 오래된 관계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친밀성과 열정 없이 조건에 의해 결혼을 결심한 관계 시작점에서 보이는 유형일 수도 있다.
네번째, 낭만적 사랑(romantic love)이다.
친밀감과 열정 요소가 결합한 유형으로 서로 육체적, 감정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사랑이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결혼이나 미래에 대한 약속은 없다. 첫사랑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도취성 사랑과 차이점 : 도취성 사랑은 처음에 육체적인 이유로 서로 매력을 느끼지만 서로간 공통점이 없으므로 다음 단계로 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은 다음 단계로 발전한 경우이다. 점차 육체적 매력보다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고 유대가 깊어진다.
다섯번째, 동반자적 사랑(companionate love)이다.
열정은 빠진 친밀감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사랑이다. 육체적 매력이 약해진 오래된 우정관계 같은 결혼관계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이다. 상대가 떠나게 되면 그제야 서로 얼마나 의지했는지 알게 되는 경우이다. 신뢰를 깨뜨릴만한 큰 일이 생기지만 않으면 한평생 지낼 수 있다.
여섯번째, 어리석은 사랑(fatuous love)이다.
열정과 헌신으로 이루어진 사랑이다. 친밀감이 빠져있다. 발췌한 책에서는 얼빠진 사랑으로 나온다. 하지만 비슷한 단어를 찾아보니 '어리석은'이라는 뜻도 있어서 바꾸었다. 짧은 시간 연애하고 빨리 결혼하게 되는 커플에 해당한다. 상대에 대한 친밀감이 생기기도 전에 결혼을 하게 된다. 열정에서 비롯된 헌신은 결혼을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열정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실망하게 된다. 친밀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곱번째, 성숙한 사랑(consummate love)이다.
친밀감과 열정, 헌신 요소가 결합된 사랑으로 사랑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존재한다. 성숙한 사랑은 얻기도 어렵지만 지키키는 더 어렵다고 한다.
(내용출처 : 인간관계론, 송대영, 2018,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우리는 4월에 만나서 같은 해 12월에 결혼했다. 친밀감이 부족한 상태였다. 다음해 12월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 어쩌면 우리 부부는 거의 처음부터 부모였던 것이다. (8개월 연애하고, 두 달 뒤 엄마 아빠가 되었으므로)
우리 부부의 사랑은 잠시 '열정'이었다가 이후 '헌신'에서 뿌리를 내렸다. 헌신과 관련된 사랑 유형은 '공허한', '어리석은', '동반자적', '성숙한' 네 가지가 있다.
수많은 눈물과 고통, 웃음과 기쁨이 쌓여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각자가 느끼고 있는 사랑의 유형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