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노트

어떤 이에겐 왜 불친절한가?

삶의 덫에 대하여

by 스타티스

'부재중 통화 1통'

한참 뒤에 발견했다. 그분께 톡을 보냈다.

'선생님이 편했나 봐요. 문이 안 열리는데, 갑자기 선생님 생각이 났어요.'

결국 그 순간에 우리는 연결되지 못했다. 다른 분이 도와주셔서 그분은 어려움을 해결하셨다.


"00야~ 네 목소리 들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너도 오늘 하루 잘 보내~"

아침에 통화한 친한 언니의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친절한 사람이다.


하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뾰족하다. '처음에는 상대가 이상해서'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그 사람 자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 사람의 모습에서 뭔가 불편한 것이 내 마음에서 느껴져서이다.


방금도 그랬다. zoom으로 수업이 있었다. 내가 정리한 내용이 나에게 사전 동의 없이 그대로 어딘가에 실려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할 수도 있지 그랬다. 하지만 몇 장면이 그러니까 생각이 달라졌다.

'음, 이상한데?'

급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 싶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직접적으로 물었다. 이전에 제작한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음, 지금 진실이 중요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상대의 반응에 대한 판단을 했을 텐데,

지금은 돌이켜본다. 내 마음에 어떤 불편감이 떠오르는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내 마음의 불편감 세 가지


첫 번째,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이었다. 뭔가 능수능란하게 잘했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었고 부담을 느끼고 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잘하는 것이 아닌가? 부러움이 만들어낸 불편감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저작권에 대한 민감성이다. 나도 인터넷에 나오는 문장을 과제할 때 쓰기도 한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편했지? 들여다보았다. 내가 공들여서 쓴 부분이라서 그랬다. 고민하면서 단어 하나를 고심했던 부분이었기에 그랬다.


세 번째, 과거 기억에 대한 겹침이었다. 과거 직장에서 내가 뭔가 이룬 것을 상사가 자기가 한 것이라고 보고한 적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부당하다고 느꼈던 감정이 있다. 그 부당함이 떠올랐다.



과거와 다르게 현재 새롭게 시도하는 점



과거에 나는 불편한 상황을 회피했다. 굳이 상대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용기도 없었고,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피상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친밀함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거였다. '굳이 저 상대와 친밀해져야 할까?' 이렇게 느꼈던 것은 내가 안전하고 싶어서였다. 누군가 친해지기 힘든 이유였다. 내 삶의 패턴이었다.


지금도 '누군가 꼭 친해져야 하나'에 대한 물음은 있다.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은 크다. 오프라인에서는 친절한 편에 속한다.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편이기도 하다. 이 또한 피상적인 수준에서였다.


지금은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자기표현을 시작하고 있다. 어디까지 표현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있다. 예전에는 불편 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삶과 상대의 삶에서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는 꼭 좋고 나쁘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 어디 즈음도 있는 거니까.



좋고 나쁜 관계가 아닌

친하고 안 친한 관계가 아닌


그 어디 즈음의 관계를 쌓아나가 보자.


삶의 모호함을 견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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