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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Jun 07. 2023

내가 원하는 것

진학 관련 고민에 대하여

교수님께 컨택했어요?


이 질문이 매일 머릿속을 떠돈다. 현재 근무하는 센터에서 학교 선배님을 우연히 만났다.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하지만, 논문 쓰는 과정은 나와 맞지 않다고 느꼈다. 결정적으로 내 관심영역과 교수님의 연구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석사 때는 교수님께 미리 컨택하지 않고, 학교를 먼저 지원했고 합격한 후에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다. 박사 과정은 다르다고 들었다. 같은 지도교수님과 함께 박사과정을 진행한다면 비교적 고민이 덜 할 수도 있겠다. 현재 나는 학교도 바꾸고, 교수님도 다른 교수님께 컨택하려고 한다.


마침 학교 선배님께서 그 학교 박사과정 1학기차 공부를 하고 계셨다.


그 교수님과 함께 하시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선배가 나에게 질문했다. 공개사례발표회 슈퍼비전을 들었는데, 인상적이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본질적인 부분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 대답을 듣는 순간 선배의 표정이 바뀌었다. "교수님은 본질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교수님께 메일 보내봐요."


예전의 나였다면 


생각을 바로 행동화했을 것이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고, 이미 면담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23년도 후기 입학을 목표로 지금 지원서를 냈을 것이다. 



지금의 나 


고민을 하고 있다. '진짜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니?' 계속 나에게 묻고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가?


첫 번째, 전문성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간절히 쌓고 싶다. 급하게 할 수 없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 10년은 일단 해보고 그다음 나의 전문성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일단 보류한 상태이다. 그래서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박사진학은 마음속으로는 결정이 되었다. 


두 번째, 마음의 여유이다.

석사 때를 돌이켜보면 숨이 찬다. 코로나가 올 줄 몰랐다. 학교 입학은 했는데, 대혼란이었다. 3학기차에 논문계획서 발표를 하는데, 일도 하면서 초등학교 입학한 둘째를 많이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다. 하지만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는 것도 안다. 박사는 마음이 여유로운 상태로 진학하고 싶다. 수업을 들으면 충분히 준비하고 소화도 시키고 싶다는 소망도 있다. 그래서 이번 학기인가, 다음 학기인가 고민이 된다. 현재 마음으로는 24년 1학기로 더 마음이 기울긴 했다.


마음속으로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나니까 '내 나이가 벌써 마흔 초중반인데?'라는 생각도 떠오른다. 한 학기라도 빨리 가는 게 맞나, 아니면 다음 학기에 가는 것이 맞나 사실 이 부분이 최대 고민이다.


둘째 아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 이 학교는 저녁에 수업이 있으니, 주 3회는 늦게 집에 올 것이다. 첫째야 중학생이라서 본인이 더 바쁠 테지만, 둘째가 고민이다. 그래서 결정이 어렵다. 


당장 이번주만 해도 토요일에 집단상담이 있다. 친정부모님은 일이 있으셔서 둘째를 봐주기 어렵다고 하셨다. 둘째는 아예 혼자 못 있을 나이는 아닌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혼자 있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첫째가 그 나이에는 동생을 맡기기도 했었는데(물론 몇 시간이었지만), 둘째는 성향이 첫째와 다르다. 과도한 걱정인가? 아니면 나의 죄책감 때문인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도 시험시간인 첫째에게 밥은 함께 먹으라고 당부하고 집단상담을 갈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무겁다. 박사진학하면 이런 상황이 주 몇 회로 늘어날 것이다. 이 상황들이 무겁다. 


나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이 여유롭기를 원한다. 공부시간 관련해서도 육아 부분에서도.


세 번째, 맡은 일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다.


올해는 월요일 오후 상담이 있고, 화요일마다 센터를 출근하고, 수요일 오후에는 강의 일정이 있다. 이 세 가지는 올해 연말까지 일정이 짜여 있다. 만약 학교를 진학하게 되면, 기존에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된다. 미래의 일을 미리 가져와서 걱정하는 편이긴 하다. 한동안은 일단 질러놓고 하나씩 해나가는 기간이 있기도 했다. 닥치면 다 해낸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힘이 많이 들었다. 나는 하나씩 하나씩 찬찬히 해나갈 때 유능감을 느끼는 편이었다. 한꺼번에 몰아치듯이 하면 해내긴 해도 마음속에 좌절감이 커졌다. 앞으로 내가 마주해야 하는 부분인 걸 알겠다. 하지만 당장은 차근차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행여나 나중에 후회하는 나와 만날까 봐 두렵기도 하다.

'그때 23년 2학기에 입학할 걸'하고 '후회하는 나'가 한쪽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24년 1학기 입학하자는 나  vs 23년 2학기 입학하자는 나


이 두 아이가 마음속에서 대립하고 있다. 그래서 교수님께 컨택메일도 못 보내고 있음을 알차라리고 있다. 사실 학교 상황도 있고, 교수님 상황도 있을 텐데, 일단 메일을 보내야지 해결될 일이다.



오늘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이다.

일단 교수님께 컨택메일을 보내자.


내일까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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