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티스 Jun 12. 2023

마음속 사진

먹구름 걷어내는 작업

일요일 오전 8시, 교육분석을 받았다.

진로에 대한 내 마음속 사진이 선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직관적 끌림에 따라 행동한 결과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내가 고민하는 것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지원을 위해서는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드려야 하는데 망설이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도 그랬다고 한다. 직관적 끌림에 따라 공부했고, 지금 모습이 그 결과라고.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으셨다.


나는 그 모습이 좋아서 2월부터 지금까지 선생님을 거의 매주 만나고 있다. 교류분석 수업 10주, 대면집단상담/비대면 각각 15시간, 슈퍼비전 그리고 교육분석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생님의 그 끌림을 더 믿으세요."라고 하셨던 거 같다. 선생님과 교육분석한 내용을 요악하면 다음과 같다.



1. 박사지원이유

- 나 자신을 온전히 깊이 만나고 싶음.

1) 학문적으로, 2) 실제적인 방법으로 그래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존재론적으로 접근해서 논문을 쓰는 교수님께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음.


2. 솔직한 논문

- 자신을 세상에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세상에 대한 선언이기도 함.

- 더 이상 예전처럼 상처받으면서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기도 함. 그래서 솔직해진다는 것은 내 안의 뾰죡함이 밖으로 드러날 수도 있음.

- 존재 대 존재 있는 그대로 만남을 하게 되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거 같음.


3. 진짜 하고 싶은 것

- 나를 깊이 만나고 싶음. 하나씩 알아간다는 건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거 같음.

- 안전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싶음.

- 내가 경험한 것을 학문적으로 정제해서 정리해서 세상에 드러내고 싶은 마음

- 과거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고 싶은 마음

-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에 잘 접촉하는 경험을 우선 하고 싶음.

- 뭔가를 배울 때 느껴지는 그 희열을 느끼고 싶음.


4. 교육분석 후 느낌

- 온몸이 이완되는 경험을 하게 됨.

(시작할 때는 온몸이 긴장 되어있고 두 손을 꼭 마주잡고 있었음. 무릎부분에 긴장감이 느껴졌음)

- 부정적인 감정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고 나니 내 소망이 올라오는 것을 느낌.

- 나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느낌.

- 심장 부위에서 따뜻함이 느껴짐.

-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음.

- 박사 지원을 망설이고 있었던 건 내 소망을 가리고 있던 부정적 감정의 먹구름 영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됨.

- 앞으로 내가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들과 함께 해야 하는 작업들도 부정적 감정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소망, 기쁨을 만나게 해주는 작업이라는 것도 알게 됨.

- 나의 직감을 믿고 따라가면, 내가 원하는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됨.


(앞으로 필요한 작업은 원하는 모습의 구체화로 보임.)



이 과정에서 눈물이 있었다. 글로 정리한 부분만 보면 도대체 어디서 눈물이 났을까 싶은데, 선생님이 툭하고 던지신 몇 마디에 과거 어떤 장면이 스쳐 지나가면 감정에 접촉이 되고 눈물이 난다. 아, 다음에는 그 눈물 나는 순간을 정확하게 기록해놓아야 할 듯하다.

(기억났다. 논문 2차심사 장면이었다. 그때 느끼지 못했던 억울함, 힘듦을 다루었다. 왜 바로 메일을 쓰지 못하는지 그 행동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생각들이 무엇인지 꺼내서 다루었다.)


오늘 작업은 나의 소망 위에 덮여 있던 먹구름을 걷어내는 작업이었다.

그 부정적 감정을 하나씩 만나고 나니까, 비로소 희망이 보였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상담장면에서 내담자들과 함께 해야 하는 작업들이 이러한 부분이라고 하셨다.

부정적 감정을 한올씩 세세하게 만나주고,

그 밑에 있는 희망, 소망, 진정한 욕구가 드러날 수 있게 하는 것

일단 그 작업을 내가 먼저 해보았다.


기록은 기억보다 선명하므로, 이 분과 첫 교육분석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나의 세 번째 교육분석 선생님.



* 교육분석은 상담자가 받는 심리상담을 나를 최대한 깊이 알고 수용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리고 진학하고자 하는 박사과정 지도교수님께 메일을 드렸다.

오늘 답장을 받았다. 조만간 찾아뵙게 될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담, 그 매력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