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삶과 공적인 삶
사진출처 : @munkyo.seo (인스타그램)
2023.7.11
오늘 아침 오전 7시 30분 경 운전 중에 문자가 도착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스마트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쓰고 있기 알림창이 윗쪽에 뜨는 것이 보였다. 바로 확인할 수 없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문자내용을 확인하고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교수님의 문자였다. 어머님께서 돌아가셔서 이번 주에 미팅을 할 수 없다고 전달해주시는 내용이었다. 온 몸이 얼어붙는게 느껴졌다. 박사과정 진학을 위해 컨택한 교수님이라 개인적으로 만나뵌 적이 없다. 하지만 교수님의 자문화기술지 논문 속에서 교수님의 어머님을 간접적으로 뵌 적 있다. 마치 두 분다 아는 분처럼 느껴졌다. 삶의 이야기들을 글에서 만나서인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의 힘이 큰 것일까.
또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석사 과정 중에 있었던 일이다. 박사과정생 한 분과 나, 교수님과 소논문지도 일정이 잡혀있었다. 그 날 아침 이른 시간 교수님께 문자가 왔다. 교수님께서 그 시간에 문자를 하실 일이 별로 없고, 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신 적이 없기에 무슨 일인가 놀랐다. 교수님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그날 논문지도를 할 수 없다고 알려주신 문자였다. 그때는 놀랐지 이만큼 먹먹하지는 않았다. 석사 교수님의 부모님은 글에서도 뵌 적이 없어서 나와는 거리가 먼 일로 느껴졌었기 때문일까.
그때는 마음이 무겁긴 했지만, 당일에 바로 학생들을 떠올리고 연락주신 마음에 감사했다. 석사 때 교수님은 학생들은 재학생, 졸업생 모두 일절 장례식에 참석하지 마라고 밴드 공지로 올리셨다. 가족분들끼리 살아 있는 동안 친분을 나누던 분들과 조용히 장례를 치른다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졸업생 중에 교수님과 친분이 있는 분의 남편이 대표로 다녀왔다. 남편분은 자신은 졸업생도, 재학생도 아니니까 괜찮냐고 하지 않으면서 먼저 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 스토리를 듣고 그 교수님이 어떤 분일까 생각하게 되었던거 같다.
석사 때 교수님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기도 했고, 2년 반 중 1년은 교수님 안식년이라 거의 뵙지도 못하고 연락할 일도 없었다. 2년 동안 수업은 딱 한 과목 들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업이었다. 논문 지도를 받을 때 찾아뵙긴 했지만 대면으로 만나 뵌 건 손에 꼽을 정도다. 남편분이 찾아갔다는 그 분의 마음 속에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을까. 가까이서 자주 뵙진 못해도 인격적으로 존경할 분이라는 건 느껴졌다. 논문 심사 기간 동안 다른 교수님들이 지적 하셨을 때 나를 보호해주신 분이기도 하다. 모든 교수님들이 그렇게 하시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더 고마운 마음이었다. 졸업하고 나서 한 번 찾아뵙고 이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논문지도 일이 잡혀 있거나, 교수님과 미팅이 잡혀 있는데 이렇게 문자 받는 일이 흔한 일일까 생각해본다. 석사 때 겪었을 때는 그럴 수 있지. 교수님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으시고 아들 역할도 하시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부고 문자를 받으니 생각하게 된다. 사회적 역할과 개인의 삶에 대해서 말이다.
나에게도 언젠가는 있을 일이다. 하긴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일이기도 하다. 두 분 교수님들이 겪었을 일이 나에게 닥치게 되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까.
나는 현재 상담자이자 강사일을 하고 있으니, 일단 약속이 잡힌 내담자들에게 연락을 할 것이다. 그리고 강의 관련 기관 담당자에게 연락을 하겠지.
그 순간이 되면 일단 나의 일과 관련된 분들에게 나의 현재 상황을 알려한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나의 상황을 문자로 어떻게 알리지?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지금보니 두 분 교수님의 문자 스타일이 달랐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순간이 오면 아마 고민할새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나의 스타일대로 전달하겠지.
주말에 부모님을 뵜었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연락도 못드리고, 뵙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시는게 느껴진다. 과거야 어쨌든간에 지금 현재는 그렇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 눈물이 계속 흐른다. 지금보다는 더 자주 연락을 드려야겠다. 시간을 내서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찾아뵙게도 해야겠다.
딸로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먹먹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교수님의 아침 문자였다.
+ 화요일 격주 저녁에 있는 심학원 수업 과제하려고 7시 40분에 카페에 도착했는데, 글을 쓰고 정신차려보니 8시 30분이다. 상담센터에 출근해야하는 시간. 책 속에 지식보다 오늘 아침에 충분히 머물렀던 이 시간이 나에게 훨씬 가치있었으리라. 덤으로 오늘 아침에 남편이 한 말을 기록해두려 한다. "너 지금하는 거 열심히 해."